뉴욕 중견화가 이상남씨가 최근 서울 강남의 LIG 손해보험(구 LG화재) 신사옥에 기호화된 스펙터클 풍경을 연출한 작업을 마치고 뉴욕에 돌아왔다.
여러 차례 옻칠한 패널 위에 선과 타원형 도형, 상징적 기호들을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미니멀한 기하학적 이미지로 표현한 추상화 대작 ‘풍경의 알고리즘’ 연작 7점을 내걸어 삭막하고 차가운 느낌마저 드는 대형 건물에 생명을 불어 넣었다.
가로 크기가 7~12m에 이르는 그의 작품들은 LIG 타워 1,2층과 17층 대회의실을 장식하고 있는데 가장 단순한 형태와 색채만으로 남겨진 대형 벽화와도 같은 그림들은 자칫 건조하고 딱딱해질 수 있는 업무 공간을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 공간으로 변모시키고 방문객들에게 미술관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한국의 언론들은 이씨의 LIG 타워 작업과 관련 건물 장식품 정도로 인식되던 환경미술의 상투성을 깨고 건물주와 작가가 의기투합, 작가의 기량을 맘껏 펼칠 수 있는 공간을 탄생시켰다며 앞다퉈 보도했다.
이상남씨는 작품이 영구 전시될 LIG 타워 프로젝트를 계기로 옻칠이란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게 됐다. 한국에서 우연히 한 장인의 옻칠작업을 본 후 우리의 전통 옻을 현대미술과 접목해보기로 마음먹었다.나무 패널위에 보강제를 심은 후 수십 층의 옻칠과 사포로 갈아냄을 반복하는 힘든 노동을 통해 검다는 표현을 넘어선 아주 검은 색을 만들어냈고 이 검은색의 기호들은 조명을 받으면 신비하고 매혹적인 느낌마저 준다.이씨는 세계적 작가들의 작품이 초대된 서울대 미술관 개관전 ‘현대미술로의 초대’에도 참여하는 등 그 어느 때 보다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6월8일 시작돼 8월까지 연장된 서울대 미술관 개관 초대전에서 조각가 베르나르 브네, 화가 모리스 루이스, 프랭크 스텔라, 로스 블랙크너, 로버트 라우센버그, 한국작가 서세옥, 김환기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옻칠한 대형 회화 그림을 걸었다. 서울대 미술관(MoA)은 국내외 근현대미술을 비롯 건축, 도서자료 등 다양한 매체 전시, 음악, 문학, 영화, 연극이 아울러 펼쳐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스가 설계를 맡은 건축물이다. 보다 역동적이고 심혈을 기울인 그의 옻칠작업을 뉴욕에서도 볼 수 있을까.
그는 내년 후반 뉴욕과 서울서 대규모 회고전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LIG 타워 전시를 계기로 여러 곳에서 프로젝트 제의를 받고 있고 서울에 작업실도 마련, 앞으로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더욱 바빠질 전망이다.뉴욕화단에서 인정받는 화가임에도 늘 갈 길이 멀고 배고픔을 느끼며 뉴욕 주류 미술계에 대한 끊임없는 관찰과 한 순간도 늦추지 않는 긴장감으로 살고 있다.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 1981년부터 뉴욕에 거주, 작업을 해왔다. 뉴욕 엘가 위머 PPC, 갤러리 현대, 암스테르담의 갤러리 아페르, 벤쿠버의 더글라스 우델 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뉴욕타임스, 아트인아메리카, 아트아시아 퍼시픽 등에 작품이 소개된 바 있다.
<김진혜 기자> jh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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