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칼럼>
▶ 황인수 워싱턴 연꽃축제 준비위원장
해마다 7월, 연꽃의 아름다움이 그 절정에 달할 때 워싱턴 DC 국립식물원내에 있는 수생 정원에서 아시아 여러 나라의 불교 신도들이 모여 연꽃 축제를 개최한다.
연꽃은 외딴 연못이나 흙탕물 속에서 자라는 그 특이한 서식 환경 때문에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오는 꽃은 아니지만 연꽃을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신비로운 미적 경험을 제공한다.
연꽃의 아름다움은 현란하고 과시하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조용하고 은은하고 깊은, 마치 자신의 아름다움을 부정하는 듯한 아름다움이다.
이러한 아름다움은 시각적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정신적인 것이며 일상 생활에서 쉽게 얻을 수 없는 진리의 순간, 해탈의 기쁨을 느끼게 한다.
그런 연유인지 불교에서는 가장 높은 정신적 상태를 상징하는 꽃으로 알려져 있다.
서양 종교의 세계관은 창조의 시점에서 모든 존재와 사건은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전진한다.
그러나 불교의 세계는 시작도 끝도 없으며 피었다 쇠퇴하고 그리고 또다시 피어나는 연꽃처럼 끝없이 윤회한다.
인간 역시 업보에 의하여 탄생과 죽음을 되풀이하여 오직 깨달음에 의한 열반을 통하여 윤회의 고리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불교의 깨달음이란 서양 종교의 깨달음과는 다른 의미의 지각 활동이다.
서양 종교의 깨달음은 성전을 깊이 이해하고 신을 절대적으로 신앙하는 긍정적 행위이지만 불교의 깨달음이란 긍정에서 출발하여 적극적인 부정에 이르는 행위이다.
그것은 인간이 대상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그 대상의 궁극적인 실체를 파악할 수 없는 능력의 절대적인 한계를 깨닫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인간의 욕망과 집착의 대상인 사물들이 실체적 존재가 아니라 영원히 회귀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순간적인 현상들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 비로소 사물의 궁극적인 실체, 즉 공(空)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공은 허무가 아니라 그것은 모든 생명과 형태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의 근원, 본질의 장이다.
불교는 조직적이고 일관된 교리를 주장하지도 않으며 유일신에 대한 신앙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석가모니는 생전에 창조론이나 창조주에 대해 언급한 바 없으며 관심을 표현하지도 않았다. 그는 오직 인간의 존재와 고통에 대해 명상했으며 그 고통의 원인과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
수생 정원의 연꽃의 아름다음은 나의 가슴 속을 평화에 대한 동경과 고요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채워준다.
<황인수 워싱턴 연꽃축제 준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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