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결혼위한‘투자’
두고두고 삶의‘족쇄’
20대 70% “빚 있다”
월급은 생활비도 빠듯
평생을 갚아야 할 판
노동이 아닌 돈이 돈을 낳는 사회. 이 때문에 투자용으로 돈을 빌리는 것은 이제 악덕이 아닌 미덕으로 굳어진지 오래다. 그러나 미덕의 그늘에는 생활비로 빌린 돈을 갚지 못 해 신음하는 20~30대가 도사리고 있다. 젊은층의 빚 잔치는 취업 실패, 이혼 등 부작용을 낳고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날로 심각해지는‘청년 부채’의 뒤안길을 두차례 걸쳐 조명한다.
<편집자주>
1997년 유학생으로 미국땅을 밟은 김모(33)씨. 김씨는 1998년 IMF당시 한국 부모로부터 지원이 끊기자 크레딧카드 융자로 급한 불을 껐다. 그러나 9년여가 흐른 2007년 1월에도 그 빚은 꼬리표처럼 김씨를 따라다니고 있다.
20~30대 한인 젊은층의 허리가 빚으로 휘청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더 나은 직업을 위해, 단 한 번뿐인 결혼을 위해 빚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만성적인 빚 무감각증이다.
2006년 변호사자격증을 딴 이모(31)씨. 2000년 LA소재 로스쿨 입학 후 진 이씨의 빚은 12만여 달러로 여느 법대생과 다르지 않다. 문제는 변호사자격증을 땄음에도 이씨가 법률 관련 업종이 아닌 일반기업체에 취직을 했다는 점이다. 이씨는“로스쿨 졸업생 가운데 10%만이 연봉 10만 달러가 보장된다”며“빚 상환은 어차피 20년 이상을 내다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20여년의 빚 상환 예상기간은 높은 이자율 때문이다. 10.5%에 달하는 이씨의 프라이빗 론 이자율은 크레딧카드와 맞먹는다. 또한 주택비와 자동차 등 1,500달러에 이르는 한 달 고정 페이먼트, 세금 등도 이자율과 맞물려 원금상환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학업을 위해 융자를 감수한 이씨와 달리 김씨의 빚은 1만여 달러로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IMF 후 9년 동안 1만여 달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은 얄팍한 월급봉투 탓이다.
이 같은 빚 고통에 살아가는 이들은 전국적으로 300만명에 달한다. 크레딧리포팅회사인‘익스페리언’에 따르면 20대의 2/3가 빚을 안고 살고 있으며 20대의 60%는“이전 세대보다 재정 압박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은 생존경쟁에서 빚은 어쩔 수 없는 부산물이라고 항변한다.
내년 9월 로스쿨 입학 예정인 김모(26)씨는 “장기적으로 보면 라이센스 직업이 오랜 시간 동안 해고의 위협없이 돈을 벌 수 있지 않느냐”며 “25년 동안 빚을 갚아야 한다고 해도 변호사가 일반 회사원보다는 남는 장사인 것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만성적인 빚에 대한 무감각이 사치성 빚내기로 이어지고 있어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 2004년 결혼한 최모(32)씨는 결혼식을 위해 3만 달러를 남몰래 융자를 받았다. 최씨는 곧 빚을 갚을 수 있으리란 기대와 달리 임신과 함께 퇴직, 화려한 조명의 뒤안길에 남겨진 빚으로 남몰래 신음하고 있다.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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