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원(아름다운재단 간사)
경지에 오른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본다. 한 분야에 능통하면, 비록 다른 분야의 세세한 것까지 다 꿰뚫어 알게 되는 것은 아닐지라도 기저에 흐르는 어떤 이치와 본래의 정신을 읽을 수 있게 되는 모양이다. 삶의 경지에 오른 내가 아는 한 스승은, 그래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보면 저마다 감탄하며 놀라워 한다.
그가 그린 그림이 있었다. 바위 위를 기어오르는 달팽이를 황새가 쪼아 먹으려고 노려보고 있는 장면으로 “운명”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 수묵화였다. 일필휘지. 힘있는 붓터치는 시원한 여백 위에 불과 몇 개 안되는 선으로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다. 중국의 어떤 음악가는 그 그림을 보더니 말했다. “이 황새의 목선을 봐라, 이 선은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의 느낌 그대로다.” 사실 그림은 그의 본업이 아니고, 그저 인생과 하늘에 대해 깨달은 것을 표현하는 여러 수단의 하나일 뿐이다.
그는 피아노를 배운 적이 없는데도 그가 피아노를 치면 전공자들은 감동하여 운다. 저 터치를 보라면서. 한번은 그가 졸업시험을 앞두고 자신 없어 하는 음대 학생에게 시범을 보여주었다. 일반인에겐 아무렇게나 막 치는 듯한 개념도 형식도 없는 연주로 보였는데, 그의 연주를 심각하게 들으며 감탄하던 학생은 벌떡 일어나 시험장소로 갔다. 그 학생은 유명한 독일의 음대에서 수석을 했고, 그가 깨달은 것을 귀띔해 준 그의 반친구는 2등을 했다.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도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영문을 모른 제3의 일반인이 물었다. “도대체 그 학생이 깨달은 것은 뭐죠?” “응, 그 애는 이미 테크닉 면에서는 연습이 필요없이 완벽하다. 나는 그에게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대로 표현하는 자유함을 보여주었다. 자유는 예술의 정점이거든.”
그런 정점에 이르기까지, 그는 될 때까지 포기 않고 끊임없이 하는 정신으로 많은 노력을 했다. 그래서 그의 시는 늘 내게 격려가 되어준다. 그리고 나는 무엇을 가지고 이 십사단계를 거쳐 세상을 놀라게 할 것인가, 생각해보게 한다.
사람은 누구든지 자꾸 해보면 늘게 되고 신이 될 수가 있다. 누구든지 하면 할수록 경지에 달하게 된다.
처음에는 무감각하고/두번째는 아리송하고/세번째는 조금 알게 되고/네번째는 많이 알게 되고/다섯번째는 깨닫게 되며/여섯번째는 혼자 할 수 있게 되고/일곱번째는 자신이 생기며/여덟번째는 가르쳐줄 선생이 되고/아홉번째는 박사가 되어 연구하고 이해하며/열번째는 전문가가 되고/열한번째는 도사가 되어 행케 되고/열두번째는 초인이 되어 거침이 없고/열세번째는 신이 되어 행하며/열네번째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여 세상을 놀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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