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다정했던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 신분 장벽으로 이들은 헤어졌다.
중산층 출신 케이트 집안 ‘왕실사돈 부적격’ 판정 때문
‘계급은 여전히 중요하다’… 영국사회의 엄연한 현실반영
왕자와 평민 소녀의 로맨스. 그 신데렐라 스토리가 결국 불발로 끝났다. 영국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 왕자와 여자친구 케이트 미들턴이 결국 결별키로 발표를 했던 것이다.
이게 지난주의 일. 이후 관련해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결별의 공식적인 설명은 샌드허스트 사관학교를 졸업한 윌리엄 왕자가 앞으로 수년간 군대에 헌신해야 하므로 관계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말도 나돈다. 아직 20대 중반의 젊은 청년이다. 결혼을 해 정착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다. 때문에 윌리엄 왕자의 젊은 나이의 방탕기질이 그 원인이라는 것. 말하자면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얘기다.
왕자라도, 아니 왕자이기 때문에 영국의 사회적 장벽을 뚫지 못했다. 왜 그들은 헤어져야 했나. 거기에 대한 또 다른 설명이다.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가 처음 만난 건 2001년 세인트 앤드류 대학의 클래스메이트로 함께 강의를 들으면서다. 이후 둘이 같이 있는 모습은 곳곳에서 발견됐고 이 평민출신 소녀는 장차 영국의 왕비가 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지대한 관심을 받아왔다.
케이트는 런던 서부지역에서 태어난 중산층 출신이다. 아버지와 함께 파티 서플라이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는 그녀의 어머니는 스튜어디스 출신. 이 같은 중산층 출신이라는 백그라운드 때문에 케이트에 대한 영국 대중들의 관심은 더 열화와 같았다.
이 커플이 지난 2월께 약혼을 할 것이라는 게 일반의 예측이었다. 일부 업소들은 미리 약혼 기념물을 팔정도로 소문은 파다했다. 그러나 윌리엄 왕자의 샌드허스트 졸업 이후 일은 꼬여갔다.
윌리엄이 케이트에 염증을 내기 시작한 것인가. 아니, 그보다는 케이트의 어머니, 다시 말해 스튜어디스 출신 어머니 때문이었다.
졸업식장에서 추잉검을 씹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비디오카메라에 잡혔다. 거기다가 그녀가 사용한 어휘가 가십에 올랐다. 버크셔에 200만 달러짜리 집에서 살고 있다. 또 딸을 특권층 학교인 말보로 칼리지에 보냈다.
그런 마나님이 화장실을 뜻하는 단어로 ‘lavatory’ 대신 ‘toilet’을 사용한 것이다. 대화중에 상대의 말을 잘 못 알아듣자 그녀가 한 말은 “What?”이 아닌 “parden”이었다. 그 단어 선택이 상류층이 사용하는 세련된 어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장차 사돈이 될지도 모를 윌리엄 왕자의 할머니 엘리자베스 여왕을 알현할 때 발생했다. 여왕을 만날 때는 “Hello, ma’am,”하는 게 모름지기 예의바르고, 교양 있는 사람들의 인사법이라고 한다.
그런데 케이트의 어머니는 여왕을 만나자 “Pleased to meet you.”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당장 구설수가 뒤따랐다. 한 칼럼니스트가 “…그러면 여왕을 만나 기쁘지 않다고 할 영국의 신민도 있는가.” 하는 반문을 던지며 조롱하고 나선 것이다.
장래 왕비가 될 수도 있는 케이트의 어머니가 스튜어디스 출신인 것과 관련해 왕실주변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말이 많았다. 승객에게 서비스하는 스튜어디스들이 쓰는 독특한 어법을 일부러 사용하면서 빈정댔던 것.
그런 상황에 그녀가 여왕과의 대면에서 전형적인 중산층 영어를 사용하자 상황은 더 뒤틀리게 된 것이다.
왕자와 평민소녀의 로맨스. 이 현대판 신데렐라 스토리는 왜 해피엔딩이 되지 못했나. 한 영국 언론은 이렇게 지적했다. “케이트 미들턴은 너무나도, 너무나도 ‘중산층적’이었기 때문이다.” 전형적 중산층인 미들턴 집안이 대영제국 왕실의 사돈으로는 부적격하다는 판단이 내려져서라는 것이다.
이 불발 러브 스토리는 다시 말해 영국은 여전히 계급사회라는 엄연한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고 있다.
‘어휘는 신분의 상징’
영국식 계층 판별법
왕실이 군림하는 나라, 귀족이 여전히 존재하는 나라가 영국이다. 이 영국에서도 그러나 계급이라는 건 점차 무너지고 있다. 귀족제도가 있다. 그러나 과거와 같지 않다. 계층 간의, 다시 말해 귀족과 평민 간의 결혼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서다.
“오는 날 사람들로 하여금 같이 어울리게 하는 건 돈이다.” 에티켓 칼럼으로 유명한 메어리 킬른의 말이다. ‘지출 파워’-다시 말해 경제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함께 어울리게 마련이기에 하는 말이다.
과거에는 사람을 평가하는데 출신이 문제가 됐다. 귀족출신, 명망가의 후예는 그만큼 커넥션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요즘은 개인의 능력이 더 중요시 된다는 것이다. 노동당 집권 10년이 된 오늘날 더욱 신분상승의 문이 활짝 열려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계층 간의 구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돈과 스타일, 그리고 행실이 계층 판단의 주 바로미터이지만 거기에 한 가지가 더 붙여진다. 어떤 어휘를 사용하느냐가 그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가령 거울을 지칭해 말할 때 ‘mirror’라는 단어 대신 ‘lookng glass’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는 식으로. 어떤 어휘를 구사하는지, 정확한 Queen’s English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출신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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