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핼버스탬 (1934~2007)
데이빗 핼버스탬은 20세기 후반 미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기자중 한 명이다. 월남전 종군 기자로 활약하며 30세에 퓰리처상을 받은 그는 광범위한 주제에 걸쳐 뛰어난 저작을 남겼다. 지난 23일 교통사고로 숨을 거둔 그의 일생과 저술을 살펴본다.
‘우리 시대 최고의 종군 기자’로 꼽히는 그는 1934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하버드 대학을 다니며 교지인 ‘크림즌’ 편집장을 맡았던 그는 졸업 후 민권 운동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닫고 미시시피로 내려간다. 웨스트포인트의 데일리 타임스 리더지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내쉬빌 테네시언을 거쳐 뉴욕타임스로 옮긴다.
60년대 월남에 파견된 그는 미국 정부의 낙관적인 공식 발표를 뒤엎는 르포를 계속 보내 케네디 행정부를 분노케 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뉴욕타임스 발행인이었던 슐즈버그를 만나 핼버스탬을 다른 데로 전출시켜 줄 것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월남전 기사로 1964년 퓰리처상을 받았으며 1972년 ‘가장 똑똑한 사람들’(The Best and The Brightest)이란 이름으로 이를 책으로 펴냈다. 이 책은 미국이 월남전에서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승리해야 한다고 믿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돌려놨다.
미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교육을 받고 똑똑한 지도자들이 어떻게 월남전이란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는가를 방대한 자료와 수많은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게 기술한 이 책은 이 문제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필독서이다.
그는 최근 이라크 전을 취재하는 기자들을 비판한 부시 행정부의 태도가 40년전 월남전을 취재하던 기자들에 대해 분노를 터뜨리던 케네디 행정부와 너무나 닮아 있다며 권력에 맞서 진실을 알릴 언론인의 사명을 다시금 강조하기도 했다.
이 책은 CBS와 워싱턴 포스트, 타임과 LA 타임스의 역사를 통해 미국 미디어를 조명한 ‘기존 권력’(Powers That Be), 일본 자동차의 도전을 그린 ‘심판’(The Reckoning)과 함께 20세기 후반 미국 사회를 가장 정확히 묘사한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심판’은 월스트릿 저널이 미 400대 기업 총수를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조사에서 ‘올해의 가장 중요한 책’으로 뽑혔다.
그는 자신의 책이 “사회와 역사, 문화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의 말대로 그의 저술은 정치, 경제, 군사, 스포츠 등 온갖 분야를 섭렵하고 있다. 50년 대 미국 사회 곳곳을 묘사한 ‘50년대’(The Fifties)는 나중에 역사 채널에 의해 8부 작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졌다.
또 그가 쓴 15권의 베스트셀러 중 5권이 스포츠에 관한 것일 정도로 그는 스포츠에 깊은 조예가 있었다. 9/11 사태 후에는 소방수들의 활약상을 그린 ‘소방서’(Firehouse)를 집필하기도 했으며 퓰리처상을 받은 지 38년 뒤에 쓴 ‘평화 시대의 전쟁’(War in a Time of Peace)은 또 다시 퓰리처 상 후보로 올랐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로부터 “90년대 미 군사력 사용에 관한 결정적인 기록”이라는 평을 받았다.
그는 20권이 넘는 저서를 남겼음에도 마지막까지 저술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그가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 것도 73세의 고령에도 불구, 취재원을 만나러 가다가 였다. 올 가을에는 그의 유작이 된 한국전 기록 ‘가장 추웠던 겨울’(The Coldest Winter)이 출간된다.
그는 미국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잘 알고 있었지만 미국의 탄력성과 강인함을 믿었고 미국의 미래를 낙관했다. 그를 아는 이들은 그처럼 후배 기자들을 돕는데 힘을 아끼지 않은 인물도 드물다고 말하고 있다.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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