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기존 권력’은 미국의 미디어가 정치 사회 전반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나를 파헤친 역작이다. 1071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에 페일리의 CBS,루스의 타임, 그레이엄의 워싱턴 포스트, 챈들러의 LA 타임스 등 4대 언론이 어떻게 태어났으며 어떻게 미국 사회를 주무르고 있는지를 소설보다 흥미진진하게 적고 있다. 이 책을 읽노라면 어떻게 이토록 많은 정보를 이처럼 짜임새 있게 정리해 매끄럽게 엮어낼 수 있는가에 대한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이 책은 1960년 9월 당시 연방 하원의장이던 새뮤얼 레이번이 텍사스 엘 파소에서 멕시코 국경을 건넜다 돌아와 TV를 보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TV를 통해 공화당 대통령 후보이던 닉슨의 연설을 보던 그는 당시 자기 보좌관이던 래리 킹을 시켜 닉슨 꼴도 보기 싫으니 화면은 나오지 않고 소리만 들리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렇게 하자 레이번은 “저런 인물을 TV를 통해 내보다니”라며 한탄하며 TV 때문에 미국 정치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옛 시절을 그리워한다.
그로부터 11년 후 다음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린든 존슨도 똑같은 말을 한다. 언론으로부터 무자비하게 공격당해 피해 의식을 갖고 있던 존슨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 CBS와 TV 회고록을 녹화하다 기자로부터 “30년 전 정계에 첫 입문했을 때와 지금 제일 많이 달라진 것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자 버럭 화를 내며 “바로 너희들이야”라며 소리 지른다. 미디어 때문에 미국 정치가 달라졌다며 TV가 없었더라면 테디 케네디 같은 것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고함친다.
이토록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TV 방송의 선두주자 CBS를 세운 페일리 일가는 원래 러시아에서 이민 온 시가 장사꾼 집안이었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라디오 방송에 우연히 광고를 냈다 판매가 급증하는 것을 목격한 샘 페일리는 전 재산을 털어 CBS 방송을 사버린다.
한 때 미국 언론계를 주도했던 CBS 제국은 이렇게 탄생했다. 이런 에피소드로 가득 차 있는 이 책은 미국 사회나 언론계를 이해하기 위해 꼭 읽어야 할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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