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텍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아 망연자실하고 있던 한인사회에 얼마 전 가슴 따뜻한 편지가 하나 날아들었다.
“여러분들은 내가 만난 사람들 가운데 가장 친절하고 마음이 너그러운 분들입니다. 제 딸이 죽은 후에 저와 제 아내에게 베풀어주신 사랑은 개인적인 비극을 이겨낼 수 있게 해준 큰 축복이었습니다...”
한인들을 향한 진한 애정과 위로가 넘쳐나는 이 편지는 워싱턴지구촌교회에서 인터내셔널 미니스트리를 담당하고 있는 짐 셜린 목사가 성도들에게 보낸 이메일 메시지였다. 이 메시지는 범인이 한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더 큰 슬픔과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 성도들을 생각하며 쓰여졌다. 셜린 목사는 이 글에서 “한 개인의 행동을 그룹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는 일이기에 이런 글을 써야하나 고민도 했지만 한 사람이라도 은혜와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가치가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히고 있다. 영문으로 쓰였던 메시지는 한글로 번역돼 본보 28일 자에 게재됐다.
셜린 목사의 한인들과의 인연은 그리 길지는 않다. 2004년에 지구촌교회에 부임했으니 올해 3년 반째다. 처음 15명으로 시작한 예배가 100명을 훌쩍 넘었고 지금은 2부 예배를 고려 중이다. 백인과 타이완, 과테말라, 케냐 등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 30여명 되고 나머지가 한인들이다. 영어권이면서 30-40대 중년층들이 많이 모인다. 한인교회 EM(English Ministry)이 청소년이나 20대 젊은이들에게 집중되는 점과는 다른 사역이다.
워싱턴 포스트에서 오래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는 그는 2004년 목사 안수를 받기 전부터 매우 유능한 성경 교사였다. 메릴랜드 몬트로스에 소재한 미국교회에서 가르칠 당시 한 클래스가 170명 이상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은 항상 ‘작은교회’에 있었다. 힘든 교회들을 돕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나님은 아시고 지구촌교회 인터내셔널 미니스트리 사역을 맡기셨다.
그러나 부임 첫 해에 그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을 당한다. 당시 31살이던 외동딸 트리샤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몇 년이 흘렀지만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그 때 일을 심정적으로 정리하지 못했다”고.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겪고 있을 때 지구촌교회 성도들의 관심과 사랑과 위로는 놀라운 것이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함께 울었고 셜린 목사 부부를 따뜻하게 안아줬다. 젊은 여성들은 너도 나도 셜린 목사 부부의 딸이 되겠다고 자청했다. 그리고 그 약속은 깨어지지 않고 있다. 그는 “트리샤가 떠나간 후 10여명의 딸이 다시 생겼다”고 말했다.
“오랜 평신도 생활이 성도들의 바램과 아픔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안목을 줬다”는 셜린 목사에게 “지루한 설교‘, ‘재미없는 교회생활‘이란 있을 수 없다. 쉬우면서도 재미있는 내용으로 성도들에게 꼭 필요한 영의 양식을 먹이기 위해 늘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일요일 예배 한 시간이 최고의 시간이 되야 한다는 신념이다.
“여러분이 나의 형제요 자매라는 사실이 저에겐 큰 축복입니다.” 셜린 목사 부부가 한인들에게 전하는 변함없는 사랑의 메시지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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