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타운의 한 식당에서 옛 은사들을 초청, 스승의 날 행사를 마련한 창덕여고 동문들이 선생님들께 꽃을 달아드리며 즐겁게 웃고 있다. 맨 앞줄 왼쪽부터 한영동, 김경인, 강갑숙 선생님.
창덕여고 남가주 동문회
은사 3명 초청 ‘웃음꽃’
감사행사 10년째 이어와
얘기에 끼어 들 한치의 틈이 없다.
겉은 중년의 아줌마들이 분명한데 한 톤 높아진 목소리며, 생기발랄한 표정이 영락없는 단발머리 여고생들이다. 목소리도 늙는다는데 어느새 서울 교정으로 돌아간 흰머리 희끗희끗한 동문과 스승이 터뜨리는 웃음보엔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질 않는다.
12일 정오, 타운의 한 호텔 식당에서 20여명 남짓의 창덕여고 동문들이 오랜 은사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창덕여고 남가주동문회(회장 안정희)가 LA 인근에 거주하는 은사들을 초청, 스승의 날 행사를 가져온게 올해로 10년째. 이날 행사에는 올해 미수(88세)를 맞은 한영동 선생님을 비롯, 강갑숙(77), 김경인(76) 선생님이 참석했다.
김경인 선생님은 한영동 선생님에게 배운 1회 졸업생이고 이날 참석한 홍영자(62·15회)씨는 또 김 선생님에게 배운 제자다. 스승과 제자 3대가 모여 앉은 셈이다.
물론 이날 모임은 14회 졸업생부터 38회 졸업생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모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동문들은 이 노 스승과는 일면식도 없다. 그러나 ‘창덕’이라는 이름으로 뭉친 이들은 노 스승들에게 아낌없는 존경과 사랑을 헌사 했다.
이날 참석자중 가장 막내인 박경아(39·37회)씨는 “학창시절 뵌 선생님들도 아니고 까마득한 선배들이 대부분”이라며 “그래도 창덕이란 이름만으로도 끈끈한 정이 느껴져 매년 행사에 오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누가 스승이고 누가 제자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시종일관 허물없이 ‘맞아, 맞아’ 손뼉 치며 ‘까르르’ 웃음보를 터뜨린 이날 모임의 백미는 역시 ‘옛날 이야기’.
한영동 선생님이 형편이 어려운 여학생의 ‘월사금’을 대신 내 준 일부터, 김경인 선생님 지휘아래 교복 치마를 후배들에게 만들어 준 행사며 돌아갈 수 없는 젊은 날의 추억들이 이들의 가슴을 적셨다.
안정희 회장은 “매년 정기 동문회도 있지만 스승의 날 행사는 동문들에겐 아주 특별하다”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오히려 제자들이 선생님들께 삶의 지혜를 배워 간다”고 귀띔했다.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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