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도움’ 취지와 달리
아이들 엉뚱하게 사용 일쑤
실제 학력향상 증거도 없어
수리비용 등 예산축내 ‘골치’
뉴욕주 시라큐스 교외 리버풀 고교 학생들은 학교에서 지급받은 랩탑으로 시험답안 베끼기, 포르노 다운받기, 지역 업체 사이트 해킹에 사용해 왔다. 학교가 네트웍 보안을 강화해 놓아도 곧 10학년생 하나가 뚫은 다음 그 방법을 웹에 올려 놓아 다른 아이들이 따라했다. 한달이면 고장나는 랩탑이 수십대고, 이틀에 한번씩 전교생이 자습할 때마다 네트웍은 동결됐다. 조용히 교사에게 도움을 받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휘젓고 다니는 아이들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올 가을부터 랩탑을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결정한 리버풀 센트럴 교육구처럼 일대일 컴퓨터 시스템을 채택했다가 그것이 교육적으로 별 효과가 없다고 결론짓는 학교들이 전국적으로 늘고 있다.
그동안 교육구들은 학생들을 장차 테크놀로지가 지배하는 세상에 나가도록 준비시키고, 집에 컴퓨터가 있는 학생과 없는 학생간 격차를 줄이기를 원했었다. 뉴욕주에서도 가장 먼저 학생들 손에 테크놀로지를 직접 쥐어주려 한 교육구 중 하나인 리버풀의 마크 로슨 교육위원장은 “7년이 지났는데도 컴퓨터가 학생들의 성적에 미친 영향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직 미국에는 랩탑을 교실에 도입하는 교육구들이 더 많다. 얼마나 많은 학교가 그런지 연방교육부가 숫자를 파악하고 있지는 않지만 작년에 전국의 가장 큰 교육구 2,5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교육구 1,000개중 4분의 1은 이미 일대일 컴퓨터 사용 프로그램을 갖고 있었고 2011년께는 절반이 그렇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도 리버풀과 기타 몇개 지역 학교 관계자들은 랩탑은 학생들에 의해 남용되고, 교안과도 맞지 않으며 교육구마다 주 정부가 제시하는 학력기준에 맞추느라 쩔쩔매고 있는 형편인데도 성적이나 시험점수 향상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교육구들은 교사들의 저항, 조달 및 기술상의 문제,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유지비 때문에 랩탑 프로그램을 중지시키고 있다.
랩탑을 포기하는 교육구는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으며 도시에도 있고 농촌에도 있다. 부유한 학교도 있고, 대체로 성적이 좋지 못한 저소득층, 소수민족 학생들이 많은 학교도 있다.
버지니아주 리치몬드 외곽의 마토아카 고등학교는 작년 가을, 5년 동안 시행해온 랩탑 프로그램을 없애기 시작했다. 랩탑이 없는 학교 학생들에 비해 성적이 나아졌다는 증거를 찾지 못한데다 그 프로그램을 계속하려면 첫해에만 150만달러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또 교사 및 부모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랩탑을 학습용으로 전혀 내지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학생이 5분의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학생의 95% 이상이 히스패닉 저소득층 가정 출신인 캘리포니아주 코스타메사의 에버렛 리아 초등학교는 2005년에 30대의 새 랩탑을 다른 학교에 줘버렸다. 그동안 랩탑을 가지고 실험중이던 클래스의 교사가 컴퓨터를 별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로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매서추세츠주 서부의 사립기숙학교 노스필드 마운트 허먼 스쿨도 2002년에 5년 동안 시행해온 랩탑 프로그램을 없앴다. 랩탑을 가지고 가르치도록 교사들을 훈련하는 것보다 랩탑 수리에 더 많은 노력과 돈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2년전 미국에서 6번째로 큰 플로리다주 브로워드 카운티의 교육관계자들은 2억7,500만달러를 들여서 관내 학생 26만명 전원에게 랩탑을 지급하려는 계획을 보류시켰다. 720만달러를 들여서 4개 교에 6,000대의 랩탑을 리스해 준 후 워런티로 커버되지 않는 스크린과 키보드 수리비로 연간 10만달러 이상을 지출해 온 것이 문제였다.
리버풀에서도 학부모들이 주정부가 해마다 30만달러 정도를 지원하고 학생은 개개인 월 25달러를 내 리스하거나 10학년부터 12학년까지는 900달러를 내고 집에 가져가게 하는 랩탑 프로그램을 마땅치 않게 생각한지는 오래 됐다. 리차드 페란티는 아들 피터가 랩탑을 가지고 비디오 게임만 하는데도 꼬박꼬박 돈을 내려면 그때마다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12학년생인 에디 매카시(18)도 공부시간에 랩탑을 가지고 필기를 한 이후 타이핑은 훨씬 늘었지만 그렇다고 공부를 더 잘하게 되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학교들이 랩탑에 크게 투자하기 시작한지는 10년이 넘는다. 랩탑을 21세기 교실의 핵심 교재로 여긴 교육위원과 학부모들의 촉구로 이루어진 일로 2002년 메인주가 앞장 선 이후 미시간, 펜실베니아, 사우스다코타주가 수천명의 학생들이 랩탑을 구입하도록 보조했다.
교실에서 랩탑을 사용하면 마지 못해 학교에 오는 학생들에게까지 학습 의욕을 북돋워 출석률이 높아지고 낙제와 자퇴율이 낮아진다고 말하는 교사와 교장들이 많지만 저마다 컴퓨터를 가지고 공부하는 것이 표준화 시험 점수나 성적으로 측정되는 학력을 향상시키는지는 확실치 않다.
비영리단체인 텍사스교육연구센터가 실시한 조사에 다르면 2004년에 학생들에게 랩탑을 지급한 21개 중학교와 그렇지 못한 21개 학교의 주정부 학력평가시험 결과를 비교한 결과 랩탑을 가진 우수학생들은 랩탑을 갖지 못한 우수학생에 비해 수학을 더 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UC 어바인 교육학과의 마크 워샤워 교수도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캘리포니아와 메인의 10개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랩탑이 주 학력고사 성적을 올려준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랩탑을 지지한다는 워샤워 교수는 “기초 학력 증진이 목표라면 랩탑이 옳은 도구가 아니지만 장래의 조지 루카스와 스티브 잡스를 키우는 것이 목표라면 랩탑은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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