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씨튼 수녀회 말린 문 총장
한인회장 투표가 한창이던 2일 오후 2시경 시카고 순교자 성당 및 씨튼 수녀회 말린 문(65, 미국명 말린 먼덜렉) 총장이 수녀회 소속 다른 수녀 3명과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중요한 행사에 조그만 힘이라도 보탬이 돼야겠다는 게 이들이 ‘한 표’를 행사한 이유. 다만 이들 말린 문 총장은 원래 한인이 아니기 때문에 투표권이 부여되지 않아 다른 수녀들이 투표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30여년을 한국에서 보낸 문 총장으로서는 조금은 억울(?)할 수도 있는 노릇. 이에 주위에서 투표를 하지 못해 억울하지는 않으냐고 묻자 그는 유창한 한국어로 언제라도 허락해주면 꼭 투표를 하고 싶다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문 총장은 지난 68년 한국 광주의 시튼 수녀회로 파견되면서 한국과의 인연을 맺게 됐다. 이 지역 성요셉여고에서 영어 교사로 교편을 잡는 등 현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도중 80년 광주 항쟁 때 정부에 의해 저질러진 학살을 현장에서 지켜본 산증인이기도 하다. 그는 당시를 회고하면서 군에 의해 저질러진 만행이 너무나 무섭고 끔찍했다. 그 때 수많은 사람들의 소중한 생명이 사라졌다며 가슴 아파했다.
한국에서의 30여년 세월 동안 문 총장으 광주 시튼 수녀회 원장을 지낸 뒤 지난 98년 전 세계 시튼 수녀회의 총 책임자인 총장으로 임명돼 미국으로 돌아왔다. 다시 미국에서 생활하게 됐지만 인생의 절반가량을 보낸 한국은 이미 문 총장의 일부가 됐다. 그는 한국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항상 관심이 있다며 앞으로도 한국은 내게 큰 의미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봉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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