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교회의 발전을 위한 고언3
한국일보는 이번에 한인교계의 병폐를 집중 조명하는 시리즈를 다루느냐 마느냐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다.
솔직히 말하면 한인교계가 언론의 사심 없는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것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만큼 한인교회의 덩치와 영향력이 사회적으로 커졌고 종교적 이기주의를 바탕으로 한 집단적 반발의 부작용이 크지 않을까 우려가 따랐다.
또 사회의 잣대로 예민한 종교문제를 다루기가 쉽지 않은 것도 부담이었다.
사실 이민교회가 한인 커뮤니티에 미치는 영향과 역할은 지대하다. 고독한 이민생활에서 쉴 곳과 마음의 피난처로서의 교회의 위치는 막중하다.
교회는 그저 단순한 신앙의 장소가 아니다. 낯선 땅에서 사는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이웃을 사귈 수 있으며 각종 정보를 주고받는 등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다. 미주한인사회에서 절반이 넘는 숫자가 교회에 다닌다는 통계는 교계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보가 교계를 일부라도 조명해보자고 결정한 것은 신문의 역할과 교회의 사회적 책임 때문이다.
이렇듯 우려와 부담 속에 시작한 시리즈가 두 차례 나가자 그 반응은 뜨겁게 나타났다.
당장 예를 들어 보도된 A교회에서 일부 제직자들이 그냥 못 본 척 넘길 수 없다며 본사로 찾아와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더 많은 숫자의 뜻있는 교회 관계자와 평신도들이 실제 그런 일들이 다른 교회 내에서도 벌어지고 있다고 인정하며 “추가기사가 왜 안 나오는가”라며 격려의 전화를 걸어왔다.
물론 사회적 기준으로 종교문제를 다루는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교회의 신앙생활 과정에서 건전한 상식을 벗어난다면 이것은 사회적 평가를 받지 않을 수 없다.
교회가 결코 사회의 치외법권 지역일수 없기 때문이다.
건전한 비판마저도 집단적인 힘으로 묵살해 버리는 것은 신앙인의 자세가 아니다.
맹목적인 믿음은 교회의 발전을 위해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무슨 의혹이나 문제가 있을 때 이를 쉬쉬하며 넘어간다면 교회는 금방 생명력을 잃고 말 것이다.
기사가 나가자 한인사회 각계에서 많은 문제점들을 지적해 주었다.
그들은 교회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신자들로 본보의 시리즈를 통해 교회가 자신들의 모습을 솔직하게 돌아보는 자생의 계기가 되길 바랬다.
교인들이 지적하는 문제는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눠진다.
우선 ‘돈’문제다. 교회 수입의 거의 전부인 헌금의 사용을 둘러싸고 파생되는 각종문제는 교인들의 가장 큰 불만이었다. 하나님사역을 위해 제대로 사용됐는가 하는 점과 함께 이들은 무엇보다도 재정집행에 대한 투명한 공개가 마땅하다는 주장이었다.
다음은 ‘목회자의 자질’ 문제였다.
설교와 사생활이 다른 목사를 보고 신도들은 교회를 옮겨 다니고 우왕좌왕 하게 돼 결국은 신도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평, 불만이 많은 교인들도 문제점으로 지적 됐는데 이는 교인들 각자가 자기 성찰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새 목회자 영입에 따른 후계자 갈등과 신도들의 의사와 달리 다른 교회로 떠나려는 담임목사의 이임을 둘러싸고 파생되는 문제들이 또한 교회 갈등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와 함께 교회이전문제로 목사와 교인 간에 관점이 달라 시비가 되고 있다.
이밖에 ‘교회 난립’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나타났다.
그리고 교인답지 않은 ‘제직’들의 생활 태도들도 교회문제가 거론될 때 등장하는 단골 주제다.
이 역시 신앙생활의 목적과는 거리가 먼 일상화 된 불만의 씨앗이 되고 있다.
본보는 위에 언급된 주제들을 건전한 교회 발전을 바라는 마음에서 몇 차례 나누어 보도할 계획이나 단언하건데 이름도 없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 일생을 고결하게 목회에 바치고 있는 다수의 성직자가 있다는 것을 간과하지 않을 것이다.
유석희(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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