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성경 판매량의 10% 수준, “너무 엄숙해서 잘 와닿지 않아”
1952년 초판이 나온 이래 50년 넘게 한국교회의 거의 유일한 번역본으로 사용돼온 개역한글판. 9년 전 번역상의 오류를 시정하고 어려운 단어 및 표현들을 현대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와 문장으로 바꾼 ‘개역 개정판’이 나왔다. 그러나 작년까지 네 번에 걸쳐 수정 작업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보급이 잘 안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난데일에 소재한 기독교문사의 최윤덕 대표는 “현재 워싱턴 지역에서 개역 개정판을 공식 예배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교회는 빌립보교회, 워싱턴지구촌교회, 새창조교회 등 3개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체 성경 판매량의 10% 미만의 저조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순복음교회가 교단 차원으로 사용하는 등 미주보다는 조금 사정이 좋은 편이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최 대표는 보고 있다.
개역 개정판이 한인 크리스천들의 관심을 잘 끌지 못하는 것은 “달라졌지만 큰 변화는 없다”는 평가 때문. 1.5세를 비롯한 젊은 세대들은 개정판 문체가 여전히 너무 엄숙하고 딱딱해서 잘 와닿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예배용 공식 번역본을 바꿀 계획이 있는 미주 한인교회들은 단지 단어를 쉬운 것으로 교체하고 문장을 현대 어법으로 바꾼 정도의 개정으로는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아예 영문을 새로 번역한 성경을 선호하고 있다.
시중에는 ‘현대인의성경’ 외에도 성서공회에서 내놓은 표준 새번역과 아가페 출판사의 쉬운성경, 두란노의 우리말 성경 등이 판매되고 있는데 이런 번역들이 개정 개역판 보급 확산을 막는 주범(?)이라는 분석이다. 워싱턴에서는 와싱톤한인교회, 워싱턴감리교회, 예원교회 등이 현재 표준 새번역을 사용하거나 사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글 성경이 대부분 찬송가와 합본으로 인쇄된다는 점도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개정 개역판은 지난해 새로 나온 ‘21세기 찬송가(645곡)’를 합본한 것과 ‘통일 찬송가(558장)를 묶은 것 등 두 종류가 있으나 ‘21세기 찬송가‘가 일반 크리스천들에게 익숙치 않은 부분이 많아서 찾는 사람이 적다는 서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작 개정 개역판을 사용하고 있는 교회는 일반적으로 확산된 이런 불편한 이미지와 달리 나름대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어 향후 예배용 성경을 교체하려는 계획을 가진 목회자들에게 폭넓은 선택의 기회를 주고 있다.
워싱턴지구촌교회의 한 교역자는 “2-3년 전부터 개역 개정판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쉽고 이해하기 좋은 것은 물론이고 기존 개역판을 사용하는 성도들이 굳이 새 성경을 구입하지 않아도 될 만큼 서로 불편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문장이 고어적인 엄중한 맛은 그대로 있으면서 생경한 단어들은 현대인에게 친숙한 말로 바뀌어 ‘거룩한 하나님의 말씀’이 가깝게 전달되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공식 번역본 선정은 교단 보다는 대부분 교회 자체의 결정 사항이어서 개역 개정판의 보급 확산은 미국 교계처럼 결정적인 오류가 없다면 다양한 번역을 용납하는 풍토가 조성될 때까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1882년 누가복음 번역으로 처음 시작된 한글 성경은 1900년과 1911년 신약과 구약이 완간됐고 1936년과 1938년에 다시 신약과 구약이 개정됐다. 이후 1952년 한글맞춤법통일안에 따라 개역 초판이 나왔고 가톨릭과 함께 만든 ‘공동번역’, 현대인의 성경(the Living Bible 번역), 표준새번역, 현대어성경, 쉬운성경, 우리말성경 등이 뒤를 이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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