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서 아내가 내 곁을 떠난 지도 3년이 되었다. 허전한 마음 달랠 길이 없다. 나는 다행히 둘째 아들과 내가 중신한 가까운 며느리의 덕으로 3년의 세월을 보냈다. 효자가 악처에 당할 수 없다는 우리나라 속담이 부부 관계를 잘 대변하고 있는 듯 하며 더욱이 금실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음미할 말로 느껴진다.
나는 미국에서 살면서 장인을 제외하고는 나와 처가의 부모님들을 한국에서 잃게 되어 장지도 한국에서 쓰게 되었다. 나와 집사람이 장자의 입장이 되다보니 부모님 사후관리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장인 집안은 오래 전부터 기독교 집안임으로 한국식 제사는 지내지 않는다. 그러나 나의 손아래 동생은 불교임으로 서울에서 부모님 기일에는 제사를 드리고 있다. 내가 서울에 가면 제사를 드리는 문제로 고민을 해야할 입장에 있다. 그래서 나는 양가의 부모님에 대해 이곳에서 3년간 추도 예배를 드렸고, 그 이후는 집사람의 의견을 존중, 의식 없는 가족들의 단합을 위한 명분으로 모임을 가져왔다. 기독교라 해서 부모상을 소홀이 해서는 아니 될 일이겠다 생각한 결과이었다.
나도 한때는 젊고 해외에서 자라 자기를 진보적이라고 생각을 하며 남녀 관계에 있어서는 지금의 드라마가 어색할 정도가 될 때도 있었다. 내가 자랄 때는 남성위주의 시대였다. 내가 결혼할 때의 생각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당시의 일본에 비해서는 이성이 지배할 뿐더러 자유와 평등의 나라로 만들겠다는 꿈을 가진 젊은이였다. 그러나 나는 해방된 나라에 들어온 구미식 여자 고관을 동경하는 대신 나를 통해 나의 인생과 사회관을 공동으로 달성할 수 있는 동반자를 구했으며 집사람은 평생 그를 위해 애써 주었다. 나는 후손을 위해 인물과 체격에 손상 없는 상대를 모색한 덕으로 집사람은 평생 높은 구두를 피하여야 했다. 나의 욕심으로 유지하려 했던 지도자상을 위해 장성의 아내로서도 소박한 살림과 몸치장을 조심해 주었을 뿐더러 해외에서의 남편의 고학과 아이들과의 살림을 도우면서도 불평을 하지 아니했다.
내가 5.16에 반대하며 미국에서 고학을 통해 제2의 인생을 개척할 수 있었던 것도 아내의 희생과 참을성과 자기의 제2인생을 잘 펴낸 결과라 생각하고 있다. 8남매의 장남 노릇과 자기 집안의 장자 노릇을 위한 희생은 시부모와 형제들의 신뢰는 물론이고 고향 친척에게도 큰사람 노릇을 하게 해 주었다. 부모 형제는 물론 남편과 아이들에게까지 말을 아끼며 자기의 불편을 참는 성격으로 집안의 화목을 넘어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여주었다. 나에게는 도움을 청하지 아니했다. 내가 집사람을 도운 것은 나 스스로 생각한 일이었으며 나는 후일 결혼할 당시의 남자로서의 오만 대신 집 사람이 주가 되는 부부생활을 했었더라면 차라리 더 나은 공동 성취가 되었으리라는 결론을 갖게 되었다.
우리는 다행이 부부 사이가 좋은 편으로 저 세상에 가서도 결혼을 하자 해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었다. 나는 아내의 덕을 많이 본 사람이다. 아내를 떠나보내며 나는 진보된 의학의 혜택을 받지 못한 남편 됨을 한탄하게 되었다. 그는 뇌에 페암이 올라가 4주간의 뇌 방사선 치료 중 3주부터 뇌막염이 되어 입원하게 되었으며 퇴원을 준비하다 떠나게 되어 친지 뿐 아니라 우리 가족에게도 갑작스러운 일이 되었다. 하루는 집사람이 나에게 살겠다는 의지가 약해진다 하였다. 의사로부터 가망이 없다는 통보를 받은 것은 12월 18일이며 집사람은 12월 26일 세상을 떠났다. 나는 집 사람을 보내면서 밤을 새워가며 그의 말을 더 듣지 못하였음을 후회하고 있다. 그리고 믿음도 죽음의 고통도 이 세상을 하직함도 홀로 겪어야 한다는 것을 뼈아프게 느꼈다. 다만 선하고 믿음이 남달랐던 고인을 생각해 고통 없는 저 세상에서 복락을 누리게 될 것을 바라고 있다. 그리고 내가 어려울 때면 집사람이 지켜주겠지 생각함이 염치없는 소망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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