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마지막,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시즌이면 어김없이 우리 주위에는 예수님의 사랑을 나누자며 온갖 모임의 크리스마스 파티와 자선 사업 행사를 비롯하여 각 가정마다 선물 교환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느라 정신이 없다. 생일의 주인공은 예수님인데, 예수님은 간곳없고 요란한 크리스마스 불빛과 각종 행사들로 인해 떠들썩하기만 하다. 내가 일하는 곳도 아예 11월 중순서부터는 아침서부터 저녁까지 캐롤송을 틀어놓아 퇴근하고 와서도 크리스마스 캐롤이 귀에 왱왱거린다. 파티복 구입이나 기가 막힌 와인이라든지 고급 식당 정보를 나누느라 여념이 없다.
그런데 이상하다. 예수님이 없는 크리스마스는 왠지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다. 꼭 만나고픈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안보이고 낯선 사람들에 둘러싸인 기분이다. 예수님께서 도대체 사람들에게 누구신가? 하나님께서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보내신 하나님의 아들, 우리의 메시아이신가? 우리는 정말 그렇게 믿고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가? 진정으로 예수님께서 나의 삶을 구원하시기 위해 십자가의 고통을 감수하신 바로 그 분, 그 분이 나의 삶의 주인이신가? 내가 정말 그렇게 믿고 하나님께 날마다 새롭게 감사하는 생활을 하는가?
그런 생각은 하면서 눈을 감고 조용히 기도하다가 마태복음 21장을 읽었다.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하여 모두가 축제 분위기가 되어 ‘호산나’라 외치며 사람들의 환호성이 메아리쳤다. 사람들이 거리로 뛰어나와 왕을 대접할 때처럼 겉옷을 길에 펴고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예수님을 환영하였다. 그 순간만큼은 그 어느 누구도 예수님의 십자가 달리심을 예측하거나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단 한분, 예수님 외에는 말이다.
예수님은 성전에 들어가셔서 제일 먼저 장사치들을 성전에서 내으시면서 “기록된 바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라 일컬음을 받으리라 하였거늘 너희는 강도의 굴혈을 만드는도다” 하시며 장사하는 사람들의 상과 의자를 둘러 엎으셨다. 일반 사람들 같으면 사람들의 환호성에 적당히 응답하며 성전의 제사장이나 정치 일인자를 만나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인기몰이에 신경 쓸 텐데 예수님은 정말 다르셨다.
우리 한사람 한사람의 생명이 너무나도 그분에게 소중하시기에 주어진 시간을 적당히 얼버무리며 세월을 보낼 만한 한가한 시간이 없었다. 긴박하게 그 분의 사역이 진행되고 있다. 인류의 엄청난 죄의 대가를 그분의 고귀한 생명과 맞바꾸는 그 시간까지 그분의 사역은 빠르게 그러나 진지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예수님의 본 뜻을 깊이 이해하고 하나님의 마음을 이해하는 많은 사람들이 어디에선가 그렇게 일하고 있음을 안다. 혹은 직장이나 일터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할 수 있는 한, 주위에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고자 각자 맡은 일에 열중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작은 노력이든 큰 노력이든 드러나든 드러나지 않든 그러한 마음을 갖고 사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본다.
크리스마스는 비단 크리스천들에게만 국한된 종교적인 행사의 일종이 아니다. 다른 종교, 다른 인종 혹은 다른 문화의 사람들도 예수님의 정신은 반대하는 자가 없다. 비폭력과 불복종 사상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킨 마하트마 간디에게 누군가 그에게 크리스천이 될 것을 종용하자 그는 “당신들이 믿는 예수는 놓고 가고, 예수를 빙자한 당신들의 종교는 가지고 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어찌 보면 겉껍데기만 번지르르한 종교인들 모두에게 한 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진정으로 나의 내부에 예수님이 생명이 흐르고 있을까’ 하는 엄숙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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