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은 대한민국이 건국된 지 정확히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20세기 우리의 현대사에서 주목할 만한 성취를 여럿 들 수 있으나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역사적 성취라면 단연 대한민국 건국이다. 우리 조국은 대한민국의 건국을 계기로 대외적으로는 독립국가로 다시 섰으며, 대내적으로는 민족 역사상 처음으로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하며, 국민 개개인의 안전, 자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함을 최고의 이상으로 하는 자유민주공화국 헌법체제를 갖추게 된 것이다. 그 후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자유와 평등의 원칙이 정착됨으로써 그 때까지 잠재력으로만 남아있던 우리 민족의 창의성과 우월성은 유감없이 발휘될 수 있었다. 이 점에서 대한민국 건국은 단순한 ‘대한민국 정부수립’의 차원을 넘어서 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함축하고 있는 탁월한 민족사적 성취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대한민국의 건국과 존재 그 자체를 당연시하거나, 심지어는 잘못된 것으로 치부하는 왜곡된 시각마저 있다. 그러나 60년 전 당시를 되돌아보면 1945년 이후의 해방된 조국은 한 치도 내다 볼 수 없는 불확실성 그 자체였다. 일본제국으로부터 해방은 되었지만,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는 미국과 소련에 의해 북위 38도선을 기점으로 국토가 분할 점령되는 운명에 봉착했고, 한반도가 자유민주주의의 기치 아래 다시 통합되는 것을 원치 않는 국내외 세력들의 방해와 반대 때문에 통일된 민주국가를 건설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대한민국의 건국은 이러한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3.1운동과 상해 임시정부를 통해 독립국가 건설을 열망해온 지도자들과 국민들이 이룩해낸 결단의 결정체였다. 새삼 건국 지도자들의 혜안과 신념에 존경과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건국 60년사는 대한민국을 폄하하려는 사람들이 말하는 치욕의 역사가 결코 아니다. 물론 피와 땀과 눈물로 이루어진 험난한 여정임은 분명했고, 때로는 억울한 희생자들이 속출한 통한의 역사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가난과 절망을 풍요와 희망으로 대치하고, 독재와 불의를 정의와 민주주의로 극복한 불굴의 의지가 꽃피운 성공의 역사이다. 대한민국의 건국이 남북한 통일국가가 아니었다는 이유만으로 지난 60년간의 발전을 왜곡된 것으로 비판한다면 건국의 민족사적 의의와 문명사적 의미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편향된 역사인식의 소산이라고 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매년 8월15일을 광복절로 지키고 있다. 우리 조국이 1910년 일본제국에 나라를 빼앗긴 후 35년간 일본의 압박 밑에서 사람대접도 못 받고 고생하며 살다가 1945년 8월15일에 한반도가 일본제국의 점령에서 해방된 날로 기념하고 있다. 북한도 8월15일을 ‘조국 해방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그런데 광복 후 3년간 미 군정을 거쳐 1948년 8월15일에 우리 민족의 힘으로 민주국가인 대한민국을 처음으로 세운 건국일이라는 것은 모르고 있는 사람이 많다.
지금 우리에게 ‘독립’이란 말과 ‘광복’이란 말은 그 시효를 다했다고 본다. 우리는 1910년 8월29일 국치일에 침략과 강점을 당했고, 35년 뒤인 1945년 8월15일에 침략자 일제에서 해방되었다. 그리고 그 3년 뒤인 1948년 8월15일에 대한민국을 건국했다.
이제 국경일에서 ‘광복절’이라는 명칭은 사라짐이 적절하다고 본다. 8월15일은 건국절로 명명되어야 마땅하다. 건국절이라는 말 안에 35년간의 고난과 일제 축출이 다 포함되어 있으나 굳이 유대인의 유월절처럼 사상 최초의 국권상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면, 국경일이 아닌 기념일로 8월29일 국치일을 기념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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