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참모 지휘 대학 유학(3)
미국에 와서 진기한 일들이 많았으리라 믿는데 시간이 지나 미국 생활이 벌써 40년을 넘으니 옛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몇 가지 뇌에 아직도 남아 있는 기억들이 있다. 하루는 영문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아직도 초등학교 학생밖에 되지 아니한 아이가 담배를 피우는 친구에게 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한국 같으면 어이없다고 야단을 쳤어야 하겠지만 불을 빌려주었다. 나이와 예절에 신경을 써야하는 한국에 비해 나이에 관계없이 평등한 것이 미국의 특색인 듯하였다. 여자들의 의복 차림이 소박함을 느꼈다. 한국에서는 잘 분장하고 차려 입은 여자도 들어가는 집은 초라한 오막살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돈 많은 미국의 여학생들이 입고 있는 옷차림의 소박함에 놀랐다. 그런가하면 여름이라고 짧은 팬츠 바람에 놀랐는데 더욱이 한국 여학생들의 핫팬츠 바람에는 거부반응이 나던 기억이 난다. Ft. Leavenworth는 불과 3만 정도의 작은 도시인데도 상가는 대단히 큰 인상을 받았다. 그중 인상적인 것은 야밤에도 아깝게 창문에는 전기가 켜져 있으며 밤에 도적이라도 해가기 좋게 불을 비추고 있는 듯하였다. 그리고 내가 방문한 그로서리에는 당시도 고객이 카트를 끌고 다니면서 자기 원하는 물건을 각자 골라 계산대에 와서 계산하도록 되어 있었다. 도둑이 심한 한국에서 온 나에게는 그래도 채산이 맞을지 염려되었다. 군대 영내는 그 자체가 큰 공원이었다. 그러나 시내 개인 주택에도 담이 없으며 각 집 앞에는 화초가 심어져 있어 공원이 따로 없다고 느껴보았다. 그리고 점원들의 친절함이 인간 생활을 부드럽게 해주고 있었다.
우리 한국 장교 일행은 학교 처장급 인사(대령급 장교)로부터 집으로 초대를 받기도 했다. 초대한 가정으로서는 국제 외교라 많은 신경을 썼을 것이다. 대접 받는 음식이라고는 고작 닭고기 정도이었고 뷔페 아니면 야외식 정도가 되었다. 고기를 대접한다는 것은 경제적 부담이 컸던 것 같다. 우리식 사람 초대는 푸짐한 음식에 음식 준비하는 부인들이 손님들의 숫자와 맞먹는 듯함이 보통이다. 우리 일행 중에는 음식을 탓해 초대에 통지 없이 불참하는 경향도 있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윤택치 못한 초대자의 입장에서는 그래도 부담을 무릅쓴 외교이었고 미국의 일반 사교가 그러하였다. 우리가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하였다.
내가 미국 생활에서 배운바 한국에 돌아와 노력한 것도 있다. 그 하나는 평민사상과 소박한 생활이다. 나는 부모님의 가계가 소위 양반 출신이라는 긍지에 대한 설교를 들으며 자랐다. 그에 대한 반발이 나로 하여금 평민 사상을 가지게 하였고 그를 위해 노력하였다. 그러나 미국에서 평민적 생활의 모범을 보았다. 나는 미국에서 돌아와 나에게 배당되는 짚차 대신 가끔 전차나 버스를 타는 습관도 해보며 술집이나 상사 집을 방문하는 외에는 넥타이나 정장을 피하도록 했다. 한국에서는 지금도 시장을 보는데도 정장은 아니더라도 외출복을 입는 습성이 있는 듯하다. 또 한 가지는 가정주부를 돕는 한편 음식의 찌꺼기를 절약하며 남녀가 다 같이 즐기기 위해 뷔페식을 권장하는 가운데 집안 어른들로부터 비난도 받아 보았다. 어른들의 생일에는 예고없이 하루 종일 손님이 찾아오며 안주인은 하루 종일 부엌에 매달리는 것이 오랜 습관이었다. 나는 부모님의 생신에는 버스를 대절해 야외에 가서 뷔페식 점심을 하는 습관으로 버스 시간에 늦은 사람은 생일 축하에 참석 못하는 습관이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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