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며칠 있으면 신정부가 출범한다. 그 동안 진보 진영은 그들의 존립 가치인 평등과 분배라는 덕목을 사회 저변에 확대하지 못한 채 10년의 영광을 뒤로 하고 권력의 무상함을 실감해야 할 형국이다. 보수 진영은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은 기쁨을 살생부라도 작성해 통쾌감을 느끼려 할지도 모른다는 속설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고 있다.
대통령 당선자들은 당선이 확정되면 당선자의 세레머니로 동작동 국립 현충원을 참배를 한다. 당선자와 함께 도열해 순국선열에게 묵념을 올리는 측근들이 당선자에게 가장 먼저 전달하는 문건은 흔히 살생부라 알려져 있다. 역대 정권 가운데 어떤 당선자에게는 국립 현충원을 가기도 전에 비선 라인을 통해 살생부가 당선자에게 전달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살생부는 수양대군의 책사 한명회로부터 시작 되었다는 설이 있다. 1453년 수양대군은 계유정란을 일으켜 열 살 된 단종을 유배 보내고 왕위에 오른다. 한명회는 정난을 성공시키기 위하여 영의정(황보인), 이조판서(조극관), 좌찬성(이양)을 죽였다. 왕권 시대에야 왕의 눈 밖에 나면 누구를 막론하고 참살을 당하거나 귀양을 갔다. 왕의 신임을 받는 측근들은 정적을 제거하는 일에 혈안이 되었듯이 정치판을 갈아엎는 농가의 쟁기에 비유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살생부는 비밀리에 만들어지겠지만 거기에 이름이 적힐만한 당사자들은 본능적으로 눈치를 채게 마련이다. 권자란 그토록 무섭고 두려운 자리다. 속된말로 권불 10년에 감옥의 신세로 전락하는 권력, 엎치락뒤치락 정권 교체의 퇴행적 풍경이 아른거린다.
이명박 당선자는 2005년 서울시장 시절 워싱턴에서 동포 간담회를 가졌었다. 인사말 중에 서울시장에 당선 되었을 때 측근으로부터 맨 먼저 두툼한 봉투 2개를 건네받고 반문하는데 측근의 답이 봉투 하나는 살생부이며 또 다른 봉투는 공로자 명단이라는 설명을 듣고 일언지하에 열어보지 않겠노라고 말했다고 한다. 화합을 가장 중요시하는 당시 시장 당선자는 자기도 인간이기에 살생부의 명단을 보면 그들을 한직으로 인사이동은 물론이고 불이익을 주게 되어 화합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시장 재임 중 화합에 중점을 두어 시정을 폄으로써 모든 업무를 능률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고 한다. 더욱이 청계천 복원 공사 때 많은 시 공무원들이 공휴일과 주말을 쉬지도 않고 열심히 뛰어준 결과로 공기가 많이 단축되었으며 예산도 많이 절약할 수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불철주야로 수고했던 공무원들은 살생부에 적혀 있던 사람들로 파악되었다며 화합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실감했음을 말하는 감회 어린 표정이 지금도 선명하다.
정적을 손보기 전에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 퇴행적 유전은 우리 정치사의 또 다른 일그러진 얼굴이다. 당선자가 주창한 화합의 기치를 발휘해 국민 화합과 경제 발전을 이루어 주기를 기대 한다. 도덕성에는 문제가 있지만 경제를 부흥시켜줄 것으로 기대하며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다고 외국 모 언론 기자의 질문에 답한 어느 대학생의 애잔한 마음과 자존심이 위로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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