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군수 참모부장(3)
나는 군수계통을 맡으면서 한국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감당 못할 군을 유지하고 있음을 통감하였다. 전쟁 중 일선 병력의 보온을 위한 방법을 강구치 못한 결과는 일선 전투부대로 하여금 민간 산야의 수목들을 도벌해 숯을 굽게됨을 방치해 군의 후생 사업을 조장한 결과를 갖고 왔다. 휴전이 된 후에도 사병들을 위한 막사를 위해 국가가 예산을 지급하지 못할 때 민간 산야의 나무들이 도벌되고 온돌 장판을 깔기 위해, 혹은 지붕을 잇기 위해 병사들의 노역의 대가로 농가로부터 볏짚이 공급되었다. 일부 하급 부대에서는 이발사나 기술자들을 휴가 보내는 대가로 부대 행정 경비가 보충되는 폐단도 가져왔다. 나는 국정감사 때는 그런 단점들을 일부러 국회의원들에게 설명함으로써 국가의 뒷받침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내가 야전군의 국정감사에 배석할 때이다. 내가 무엇을 어떻게 의원들에게 이야기 했는지는 기억이 없으나 야전군 군수참모이었던 정승화(그는 후일 대장이 되어 박정희 대통령 시해 때 육군 참모총장으로 많은 고초를 겪었다. 그는 후일 무죄가 인정되어 복권됐으나 최근 작고하였다) 대령은 그렇게 국회의원들에게 막 이야기를 해도 무방한지 우려를 표현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어렵고 이권으로 다치기 쉬운 군수 분야에서 자진 물러나갈 때 까지 4년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국회의원들의 보호와 격려로 이루어 졌으며 특히 국방위원장으로 있었던 이철승 의원의 지원을 많이 받았다. 그는 나와 같이 공부하며 연구하며 나라의 앞날을 근심해 주었던 이해심과 통찰력과 포용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가 중도 노선으로 나라의 장래를 근심한 것은 그의 본성이었으나 감성이 앞선 한국 풍토에서는 성공 못한 채 정계를 물러나게 됨은 나라를 위해 애석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
나는 군소 야당의 당수들이 나의 집을 찾아와 이기붕 씨와도 상의를 거쳤다며 여당을 도울 야당을 위해 사업이나 군이 가지고 있던 폐품처리의 권한을 넘겨 달라는 제안을 받은 바도 있었다. 나는 그러한 일에 대한 결정 권한의 중간책임자는 될망정 주무책임자는 아니었으며 역시 원칙을 지켜야할 자리임을 절감하게 되였다. 때때로 정치의 선배들은 세상을 모르는 젊은이라 답답하다고 실망을 토하였으나 그렇다고 별로 도움을 줄 수도 없었다. 나는 불필요한 오해를 면하기 위해 각 특별감 혹은 과장들로부터의 결재 서류는 내가 부재중에는 나의 사무실에서 묵히지 아니하게 하였고 부대의 요구를 부결할 때에는 규정을 고칠 필요성을 알기 위해서라도 일단 나를 거치도록 하는 반면 전결 규정을 통해 권한의 위임을 최대화 시키도록 노력하였다. 정부의 장관이나 학자 중 널리 알려진 분들을 정기적으로 초대해 전 직원들을 교육하는 기회를 통해 편협하기 쉬운 군인들에게 평민 사상과 자기 능력의 부족을 반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노력해 보았다.
하루는 일선 군단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국회의원 한분이 썩은 무 시래기를 급양대에 납품토록 도와달라는데 난처하다며 도와줄 것을 부탁해왔다. 나는 군단 급양대장을 보내달라고 하였으며 소령인 그는 내 사무실을 찾아왔다. 나는 그에게 그렇게도 군대에 오래 있고 싶으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의아한 표정이었다. 나는 다시 말했다. “국회의원과 군단장이 싸우면 군단장이 지게 돼 있어. 그러나 소령과 국회의원이 싸우면 국회의원이 지게 돼 있어.” 한참 내 말을 듣고 있던 그 소령은 알겠습니다, 하고 내 사무실을 물러 나갔다. 후일 군단장은 일이 잘 해결돼 감사하다고 전화를 걸어 주었다. 급양대 혹은 창고 관리자의 자리는 한 때 인기 있는 자리로 국회의원이나 유력자들의 청탁 자리가 돼 있어 정치와 군의 연결 고리의 하나로 돼 있었다. 나는 관리 참모부와 협조해 창고 관리자의 교체시는 필히 재고검사 후 정식 서류보고토록 하였으며 부족분이 생겼을 경우는 평생을 두고 본인이 보상토록 규정화하였다. 얼마 되지 아니해 창고 관리 업무를 지원하는 자도 소개하는 자들도 없게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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