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이 더 필요합니다.”
MD의 B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친구목사로부터 주문이 온 것은 한성간판이란 영세업체를 직접 운영하던 80년대였다.
이미 길 입구와 정문에 하나씩 서 있지만 교인들이 잘 안 모이는 것은 간판 숫자 부족 탓이라는 설명이다. “아니, 실력으로 목회해야지, 간판으로 할 겁니까? 박사도 별 수 없네?” 빗대어 자존심을 긁어댄 무례였지만, 2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필자가 무사한 걸 보면 그의 무한 인내심의 인품 덕분이거나, 끈끈한 우정의 혜택이라도 본 때문인가 싶다. 결국 교회는 박사약발 효과도 없이 어느 날 종적을 감추고 말았지만.
LA의 모처 발행 교회 주소록이 순전히 담임목사들 선전 경연장으로 도배질돼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일류신학교 두셋 정도 졸업에 석, 박사는 기본이고 한 미 양국을 오가며 굵직한 장(長) 감투는 저마다 다 썼다.
실력은 옛말이고 박사가 아니면 최소한 박사 과정중 이라는 명함 없이는 웬만한 교회를 바라볼 수도 없는 보통 목사들의 위기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즈음 간헐적으로 불거져 나오는 학위파동의 저변에도, 화려한 간판을 선호하는 교회들의 욕구와 명예심이나 성취욕에 목을 맨 목사들의 영웅심리같은 속성이 깔려있는 것 같다.
쉽게 얻은(?) 무더기 신학박사 학위 문제가 십 수 년 전 이 지역에서 논란이 됐던 불미스런 사건의 진상도 같은 거였다. 그러나 학위 가지고 뭐라는 게 아니다. 그것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교회에 끼치는 해악 때문이다.
인간을 다루는 목사이기에 그의 인간됨도 마땅히 박사감이여야 하거늘
화려한 간판이 목회 성공의 보증서란 착각만 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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