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은행의 한국계 직원인 A씨는 얼마 전의 한 한인 고객과의 전화를 떠올리면 아직도 기분이 편치 않다.
잔고 부족으로 수수료를 물게 된 이 고객은 통화가 되자마자 “누구 맘대로 돈을 빼 가느냐. 수수료를 돌려 달라”고 계속 떼를 썼다.
A씨가 은행의 규정을 설명하며 거듭 이해를 부탁했지만 그는 막무가내였다. 한 20여분을 실랑이하다 마지막에는 “잘 먹고 잘 살아라”며 전화를 끊었다.
A씨는 “물론 수수료를 떼이면 화가 나는 건 잘 알고 있다”며 “다만 은행에도 규정이 있는데 장시간 억지를 부려 곤란했다”고 말 못할 고충을 털어놓았다.
A씨처럼 미국 은행이나 업소에 근무하는 한인 직원들의 상당수는 무례한 한인 고객으로 인해 겪는 스트레스를 토로한다.
정작 미국인들한테는 영어 장벽으로 주눅 들어 불만 한마디 못하다 한인 직원을 만나면 반말 투에 큰소리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또 정당한 권리 요구야 당연하겠지만 억지를 부리거나 무례는 곤란하다고 입을 모은다.
부모님의 커피샵에서 캐시어로 일을 돕고 있는 1.5세 B씨의 경험담도 씁쓰레하다. 한 50대 아시안 고객이 더듬더듬 영어로 주문하길래 “혹시 한국 분이세요?”라고 인사했더니 대뜸 “야, 너 한국 얘구나!”라는 반말부터 튀어나왔다 한다.
그 고객은 이어 “야, 이 집에 뭐가 맛있냐”고 물어 “라테가 괜찮습니다”라고 추천했더니 돌아오는 답은 “그게 뭐가 맛있냐”는 면박이었다.
B씨는 “같은 민족인데다 젊은 사람이라고 친근감을 표현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기분이 무척 안 좋았다”며 “같은 동포로서 서글픔마저 느꼈다”고 말했다.
<이종국 기자.2면으로 계속>
또 다른 꼴불견 케이스의 하나는 히스패닉 종업원을 다루는 고용주나 한인 직원들의 비인격적인 처사.
훼어팩스에 거주하는 한 30대 주부는 얼마 전 모 한인 마켓에 들렀다 못볼 장면을 목격했다. 한인 직원이 히스패닉 종업원에 “야, 너 임마. 이리 와봐!”라며 욕을 하더니 뒤통수까지 치더라는 것이었다.
이 주부는 “아무리 말이 잘 안 통하는 종업원이지만 욕설에 비인격적인 대우를 하는 걸 보고 얼굴이 화끈거렸다”며 “다음에 그 마켓에는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는 격언처럼 종업원이나 고객들이 서로 웃으며 대하고 인격적으로 존중할 때 한인사회가 더 밝아질 것이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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