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개솔린 귀한 줄 알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1973년 1차 오일쇼크 때 부터였으니 30여년이 된다.
그 전까지 미국에서는 거의 물 쓰듯 부담 없이 개솔린을 쓰며 살았다. 그러다가 4차 중동전쟁의 여파로 아랍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을 줄이고 가격을 올려버리자 석유를 쓰는 세계 모든 나라들이 혼란에 빠졌었다. 말 그대로 쇼크였다.
미국에서도 개솔린 공급이 배급제로 바뀌면서 주유소 마다 개솔린을 배급받으려고 자동차들이 줄줄이 늘어서 아수라장을 이루던 것이 당시의 흔한 광경이었다.
그즈음 미국의 한 소도시에 살던 한인 가족의 에피소드. 출산을 앞둔 부인이 진통을 시작해서 급히 병원으로 가야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
기름 아쉬운 줄 모르던 당시까지만 해도 자동차는 으레 8기통, 기름 먹는 하마였다. 그런데 집에서 병원까지는 수십 마일. 한번에 할당된 개솔린 분량으로 병원까지 갈 수는 있어도 돌아올 수가 없었다. 부인이 순산하고 퇴원을 해야 하는 데 집으로 돌아갈 기름이 없는 것이었다. 마침 안면이 있던 한 경찰관의 도움으로 개솔린을 보충 받아 겨우 귀가를 할 수가 있었다고 한다.
이런 계기들로 개솔린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거대한 8기통 자동차들이 사라지고 4기통의 소형차들이 등장한 것이 1, 2차 오일쇼크의 결과였다. 2차 오일쇼크 당시였던 1980년 4월 배럴당 39달러50센트(인플레 감안 시세로는 103달러76센트)로 유가가 사상 최고치로 오른 후 몇 번의 오르내림이 있었지만 80년대 90년대를 지나도록 개솔린 값은 큰 이슈가 되지 않았다. 1991년 걸프전 직전 잠시 기름 값이 급등하기는 했지만 전쟁이 시작되면서 내림세로 돌아섰다.
개솔린 가격이 다시 이슈로 떠오른 것은 지난 2000년 봄. 갤런 당 2달러가 되는 게 아니냐며 전국이 시끌시끌했다. “4기통 승용차에 기름을 채우면 20달러가 넘는다”며 ‘고유가 시대’를 운운했다. 그런데 불과 8년 사이 두배로 껑충 뛰어 갤런 당 4달러 시대를 맞고 있다. 지난 10일 원유가격은 배럴당 108달러로, 사상 최고치였던 1980년 4월의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요즘 서민들은 죽을 맛이다. 부동산 시장이 무너져 집값은 떨어지고, 경기둔화로 소득은 줄어드는 데 기름 값까지 껑충껑충 뛰어올라 기름 한번 넣기가 겁나는 것이다. 웬만한 소형차라도 가득 채우면 50달러. 그래서 개솔린을 10달러, 20달러어치씩 찔끔찔끔 넣고 미터 눈치 보며 다니는 운전자들이 늘고 있다.
그런데 정말 나쁜 소식은 개솔린 가격이 앞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지금의 유가 상승의 원인은 수요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2003년 말을 기해 세계 석유 수요는 공급량을 넘어섰다. 중국, 인도 등 고성장 국가들의 자동차 수요가 폭증하면서 원유소비가 매일 100만 배럴 이상씩 늘어나니 감당이 안되는 것이다.
4월이나 5월이면 개솔린 가격은 4달러에 육박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개솔린 4달러 시대가 현실이 되는 것이다. 자동차를 덜 움직이며 사는 지혜를 모을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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