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에서 젊은 산부인과 여의사가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돈도 잘 벌고 노골적인 성생활에 관한 가이드도 펴내 유명인이 됐던 이 의사의 갑작스런 죽음은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줬다.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이 의사는 겉보기에 화려한 삶과는 달리 오랜 기간 우울증 등 정신 질환을 알아왔다고 한다.
의사의 자살은 미국에서도 드문 일이 아니다. 최근 뉴스위크지에 따르면 매년 미국에서 300에서 400명의 의사가 자살한다. 의사만큼 자살율이 높은 직업은 없다.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 직업인 의사가 정작 자기 목숨은 남보다 지키지 못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자살하는 의사의 특징 중 하나는 여의사가 많다는 것. 일반적으로는 남자 자살율이 여자의 4배에 달하지만 의사의 경우는 반반이다. 공영 방송인 PBS는 ‘정신 건강 계몽의 달’인 5월을 맞아 우울증과 자살 유혹에 시달리는 의사들의 말 못하는 고민을 그린 다큐멘터리 ‘침묵 속의 발버둥’(Struggle in Silence)을 내보낸다. 이 프로그램은 LA에서는 KLCS 5일 저녁 10시, KCET 11일 오후 6시에 방영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의사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은 우울증이다. 의사 사이 우울증 발병율은 12%로 일반인과 같지만 이것이 자살로 이어지는 확률은 40%가 높다. 여의사의 경우는 여성 일반과 비교해 발병율은 2배, 자살율은 130%에 달한다.
어째서 의사들은 우울증에 잘 걸리며 이로 인해 자살하는 비율이 높은 것일까. 의사는 평생 환자와 상대해야 하는 직업이다. 보수와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는 하나 웬만한 소명 의식이 없고서는 정신 건강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거기다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고 느끼더라도 직업의 성격상 정신 상담이나 치료를 받기 어렵다. 정신 병력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환자의 발길이 끊어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의학 지식이 있다는 점도 의사 자살율이 높은 이유의 하나다. 일반인들은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사는 그런 일이 거의 없다.
독극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데다 치사량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울증은 일찍 발생하는 수도 많기 때문에 학생 때부터 상담과 치료를 받게 하고 이 사실을 기록에 남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정신 질환에 관한 이해가 높아지면 환자 중에 이런 증상이 있는 사람을 발견, 조기 치료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의사는 변호사와 함께 가장 인기 있는 전문 직종의 하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면 남모르는 고충이 많다는 것이 의사들의 이야기다. 자녀를 의대에 보내려고 애쓰거나 의사가 됐다고 좋아하기 전 이들이 몰래 겪는 고통도 헤아려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