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간간이 뿌리는 날 세비야에서 버스로 이동, 2시간 만에 시에라니아 데 론다 산(698m) 언덕에 우뚝 선 작은 도시 론다에 도착했다. 인구 3만 명의 이 작은 도시는 스페인 안달루시아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도시 중 하나다.
론다로 가는 길은 대관령 넘어 동해로 가는 길과 흡사하며 사막처럼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땅에 질서정연한 올리브 나무가 비를 맞으며 싱그러움을 펼쳐내고, 1,500m 넘는 산을 구비구비 넘어가니 평지가 보이고 조금 후 저 멀리 요새같이 생긴 도시가 보인다. 과달레빈 강에 침식된 대지 위에 알라메다 델 타호(Alameda del Tajo)에서 바라본 절벽과 18세기에 돌로 만든 다리로 한때 감옥으로 사용했다는 120m의 누에보 다리가 협곡사이에 아슬아슬한 자태를 뽐낸다. 과달레빈 강은 강줄기가 크지 않지만 절경과 어우러져 산수화를 그려놓고 있다.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투우장이 있는 투우사들의 성지이기도 하다. 전설적인 인물로 기록되고 있는 투우사 페드로 로메로는 생애를 통틀어 5,585 마리의 소를 죽였고 자신은 몸에 상처 하나 남기지 않고 80세까지 여생을 즐겼단다.
헤밍웨이가 오랜 시간 집필하면서 낭만을 즐겼던 곳, 성 테레사 수녀가 기거했던 칼멘 수도원이 여기에 있다. 오래된 기념품 가게를 기웃거리며 하얀 벽 사이로 좁게 이어진 골목길을 걸었던 일은 론다에서 누렸던 소박한 기쁨 중에 하나였다.
생선요리로 점심을 먹고 우리는 론다를 떠나 2시간 만에 대서양과 지중해를 잇는 지브롤터 해협으로 들어가는데 여권 검사만으로 통과, 국경을 넘으니 눈앞에 영국국기가 펄럭이는 것이 정말 영국령이란 게 실감난다.
아주 비좁은 커브길을 운행해 올라가는데 스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규모가 단조로운 동굴을 구경하고 정상에 올라 지브롤터 시내와 항만을 내려다보니 너무나 환상적이고 멋있고 아찔한 절벽이 스릴을 더해준다. 아프리카 대륙까지는 불과 15km로 맑은 날에는 모로코가 선명하게 보인다고 하는데 해변가에는 바람이 어찌나 센지 우뚝 서있는 큰 등대와 멀리 지평선 모로코 쪽을 배경에 넣어 사진 찍는데 날아가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오후 늦게 밝게 개인 햇살 아래로 코스타 델 솔(태양의 해변) 해변을 따라 마하스(Mijas: 하얗다)로 달려갔다. 오른쪽 코스타 델 솔 언덕엔 붉은 기와 지붕을 얹은 하얀집들이 눈부시고 왼쪽으론 코스타 델 솔 해변의 새파란 바다가 한 폭의 그림이 아닌가. 아! 감동 만발하는 사이 저기 산중턱에 눈에 띄는 하얀 마을 이정표 역시 마하스다.
해질 무렵이 환상이라는데 마침 그 시간에 우린 호텔로 들어갔다. 발아래 펼쳐지는 마하스의 부촌들, 그 아래 너머 보이는 코스타 델 솔 해변. 여름이면 발 디딜 틈이 없이 세계 관광객이 몰리는 최고의 피서지로 유명한 곳이란다. 정말이지 몇 날을 더 머무르고 싶었던 곳. 마하스의 하얀 거리에도 발그레한 벽돌로 물들이며 곳곳에 콘도건물들이 우뚝우뚝 증축되는 풍경을 펼쳐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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