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보건, 교육, 취업등 다방면 지원 확대돼야
범커뮤니티 차원 노력 필요
시카고 한인사회의 역사가 길어지면서 이민 1세대들의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1970~80년대식 이민 붐을 요즘에 찾아보기 힘들 수밖에 없는 것이, 예전에 비해 영주권 취득에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한 터라 새로운 이민자들의 숫자가 줄고 있고, 이로 인해 한인 사회 전체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 되는 중이다.
한인 커뮤니티의 미래는 새로운 주역이 될 1.5세와 2세에게 달려 있다는 의식이 강조되다 보니 자칫 한인 사회를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기 위해 고생했던 1세대들의 복지 문제가 뒷전으로 밀릴 수도 있다. 하지만 연장자들의 안락하고 평온한 노후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한, 한인 사회의 밝은 미래 또한 불투명하다. 이런 시각에서 현재 시카고 한인 사회의 노인 문제를 다방면에서 검토해 본다 <편집자 주>
▲느는 노인 인구, 부족한 주거 공간
시카고 한인사회에서 가장 큰 노인 문제는 바로 주거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나이가 많아서 주택 관리가 힘들어지거나 은퇴 뒤에 경제력이 급감하는 이들을 위해 더 많은 노인 아파트가 필요하다는 것이 노인 문제 관련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시급한 과제중 하나다.
연장자 아파트에 입주하길 원하고 있는 김모(69) 노인은 “이를 원하는 분들의 숫자에 비해 노인 아파트가 너무 부족한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현재 한인사회 복지회가 무궁화, 코람 아파트에 이어 또 하나의 노인 아파트를 건립해 관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고 신현정 목사를 중심으로 에버그린 테라스 노인 아파트를 신축하기 위한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한인 노인 아파트 건립 계획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대지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인 상태다. 문화회관 같은 한인사회내 굵직굵직한 사업들이 완료되거나 큰 진전을 보이고 지금의 불경기가 끝나면 노인아파트 건립 사업이 제1 과제로 부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건강한 노년 위한 의료지원 급선무
몇년전 척추 수술을 받은 백종인(84)씨는 옆에서 누가 부축해 줘야 이동하기가 편하다. 백씨는 “거동이 불편하다 보니 노인들의 건강을 위해 운동이나 체조를 가르쳐주는 곳이 좋다”고 말한다. 노년생활의 큰 적인 건강 문제는 노령 인구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주기 위해 반드시 대책이 서야 하는 분야다.
노인들이 편리하고 신속할뿐더러 경제적 부담없이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과 평소에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건강을 지켜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의료 분야에 있어서는 한인 노인 인구에 비해 한인 의사들이 부족한 편이라 예약을 해도 진찰을 받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많다는 점과 한인 물리 치료사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치매로 인한 언어 장애가 왔을 때 한인 오럴 테라피스트가 필요한데 한인 2세들이 이런 분야로 진출하는 경우가 드물어 더욱 이런 전문가들이 귀하게 여겨지는 경우가 바로 대표적인 사례다. 각종 무료 건강 검진와 기초적인 진료 기회는 여러 한인 복지 기관에서 주기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평소에 노인들이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도 중요하다.
▲유용한 교육 기회 많아, 문제는 참여 유도
은퇴 뒤에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것인가도 노인들에 있어 심각한 관심사다. 김유경(74)씨는 “노인 친목 단체에도 몇 년간 나가서 봉사도 해봤고, 노트북을 구입해 컴퓨터를 배운 적도 있을 뿐더러 한인 기관에서 영어 교습을 받기도 했다”며 “노인들을 위해 제공되는 강좌 중에 유익한 것도 있는데 문제는 본인이 얼마나 성실하게 참여하느냐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인 기관, 단체들이 노인들의 건전한 여가 선용과 취미 활동을 위해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다양하다.<표 참조> 다만, 연장자들이 이런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교통 수단을 확보하고 그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해 참여율을 높이는 것이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인사회 복지회의 임재훈 노인복지 담당자는 “어르신들이 프로그램에 집중해서 참여하게 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우울증과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연장자분들이 카페 같은 분위기에서 편안하게 교육을 받게 하기 위해 행복 카페라고 이름을 지은 것도 이런 연유에서 였다”며 “이처럼 노인분들의 입장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해를 거듭할수록 어르신들의 참여도나 성과가 높아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경제력 유지위해 구직 노인 늘어
고령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노인들도 다양한 단체 활동과 문화생활을 영위하다 보니 자녀에게 의존하지 않고, 적은 수입이라도 계속 소득을 얻으려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또한 의학과 약품의 발달로 건강을 잘 유지하고 있는 60~70대가 많아지면서, 꼭 돈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비즈니스나 정규 직장에서 은퇴한 다음에 활력 있고 규칙적인 삶을 위해 적당한 일거리를 찾는 것도 최근 추세 중 하나다.
이민자로서의 한인 노인들의 경우 영어 구사 능력만 뒷받침 되면 더욱 다양한 소일거리나 파트타임 일자리를 얻을 수 있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한인 커뮤니티 내에서 간단한 일을 찾아볼 수 있다. 노인들이 하기에 알맞은 일로는 주방 보조, 어린이 보육, 사무실 관리나 청소, 공원이나 정원 관리, 세탁물 접수나 바느질, 신문이나 우유 같은 간단한 배달을 비롯해 기술이 있을 경우 생산·기술직이나 마케팅, 세일즈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
노인들을 위한 직업 알선 기관이나 시, 주정부에서 운영하는 노인 취업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원하는 일자리를 알아볼 수 있는 노인 취업 웹사이트(www.workforce50.com)나 시카고시 노인국에서 주관하는 노인 취업 서비스 프로그램(312-744-4016) 또는 일리노이주 노인국에서 운영하는 노인 취업 서비스(1-800-252-8966)를 이용하면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관심과 공경이 노인문제 해결의 근원
노인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운전을 못하거나 차량이 없는 고령자들이 노인아파트 같은 자신들의 주거지를 벗어나 나들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어서 셔틀버스 운행을 통해 이런 자리를 더욱 만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시카고시내 쉐리단길의 한 노인아파트에 거주하는 문모(74)씨는 “운전을 못해서 그렇지 가끔 아파트 밖으로 나가 여기저기 가보고 싶은 곳이 많은데, 차를 타고 갈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고 노인기관 같이 늘 가는 곳에만 가게 되니까 가끔은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렇듯 시카고 일대 노인아파트에 거주하는 노인들이 가장 희망하는 것이 바로 가끔씩이라도 셔틀버스가 아파트들을 돌며 식품점, 문화공간, 공원 등지로 노인들을 데려다 주는 것이다. 무궁화, 코람 연장자 아파트의 이성자 코디네이터는 “노인분들이 언어적 한계나 이동이 여의치 못한 점으로 인해 시카고 처럼 문화가 발달한 곳에서도 이를 누리지 못하고 문화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
문화적 수준이 높아도 이를 즐기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데 젊은 세대들이 노인 세대와 함께 할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젊은이들도 시간이 흐르면 노인이 되듯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인생의 한 여정과도 같다. 후세들이 노인들을 위한 복지 기반을 잘 형성해 놓으면 이는 공동의 자산으로 남아 결국 그들도 이를 향유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후세들이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이 커뮤니티도 지금은 나이가 들었지만 이민 1세대들이 젊음을 바쳐 반석 위에 올려놓은 결과물이다.
이렇듯 앞선 세대와 뒤를 따라가는 세대들은 하나의 끈으로 연결된 공동체인 만큼 연장자에 대한 존중과 공경심을 바탕으로 그들이 부족해 하거나 힘들어 하는 부분을 채워주며 화합하는 커뮤니티를 위해 다함께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이경현 기자> namu912@koreatimes.com
<노인 관련 한인기관과 각종 프로그램 안내>
◎노인건강센터(773-478-1245)
오전8시부터 오후2시까지 체조, 각종 놀이, 운동, 댄스 교습 등의 기회가 제공되고 건강식도 맛볼 수 있다. 시카고 본관에 이어 몰튼 그로브에도 링컨 센터가 개관한다.
◎시카고 한미 상록회 (773-685-5551)
한인 연장자들을 위해 컴퓨터 교실, 운전면허증과 ID 갱신, 일년에 2번씩 전회원 합동 생일잔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본인의 유고시에는 자손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상조부를 운영하고 있다.
◎ 한인사회복지회(773-583-5501)
☞무료 골다공증 약식 검사: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 오전10시부터 오후4시까지.
☞영어 기초반 강좌: 매주 화, 목요일 오전 9시30분부터 정오까지 또는 오후 6시30분부터 9시까지.
☞컴퓨터 기초반 강좌: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2시30분까지.
☞국선도 강좌: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2시30분
☞종이공작 교습: 매주 금요일 오후 3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사진: 노인들의 건강을 보살펴주기 위한 프로그램에서는 참여도를 높이는 것이 과제이다. 노인건강센터에서 연장자들이 라인 댄스를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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