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뱃사람들이 토론토에서 물고기 아닌 파랑새(블루 제이)를 사냥하고 있다. 명중탄을 펑펑 쏘아 올려 새떼를 평정하기 바라지만, 최근 매리너스호가 부쩍 더 삐걱거려 뱃사람들이 뱃멀미를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이다. 응원가라도 불러줘야 할 것 같다.
한국에선 학교대항 경기장에 전교생이 몰려가 응원가를 부른다. 전통의 연고전이나 3군 사관학교 경기는 게임자체보다 응원전이 더 볼만하다. 필자는 군 복무시절 부대간 축구경기장에 강제로 동원돼 미국팝송 ‘워싱턴 광장’의 곡조에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으로 시작하는 우리 동요 가사를 붙인 국적불명의 응원가를 목이 쉬게 불렀었다.
미국 학생들은 응원가를 별로 부르지 않는다. 대신, 대규모 밴드의 우렁찬 연주와 팔등신 치어리더들의 현란한 춤이 볼만하다. 그러나 일부 대학의 응원가는 유행가 못지않게 폭넓은 인기를 누린다. ‘텍사스의 눈이 너를 주시한다’(텍사스 대학), ‘나는 야 GT의 건달 엔지니어‘(조지아텍 대학), ‘우리의 성모 노트르담’(노트르담 대학) 등이 그런 예이다.
그런데, 학생만이 아니라 미국인 남녀노소가 전국의 모든 야구장에서 부르는 응원가가 있다. 7회 초가 끝난 뒤 관중이 기지개를 켜며 일제히 합창하는 ‘나를 야구경기에 데려가줘요(Take Me Out To The Ball Game)’라는 왈츠풍의 노래이다. 농구도, 풋볼도 아닌 야구장에서만 볼 수 있는 진기한 광경이다. 그래서 야구는 미국인의 ‘국민여흥’이다.
가요 작사자 잭 노어워스가 뉴욕 지하철에 붙은 야구경기 광고를 보고 즉흥적으로 지은 이 노래의 가사는 처녀가 애인에게 떼쓰는 내용이다. “나를 야구경기에 데려가줘요. 나를 군중 속으로 데려가줘요. 땅콩도, 크래커도 사줘요. 집에 안 돌아와도 좋이요. 홈팀을 힘차게, 힘차게, 응원할래요. 그래도 진다면 수치예요. 원, 투, 쓰리 스트라이크면 아웃이라네…”
당시 무명이었던 앨버트 폰 틸처가 곡을 붙여 1908년 탄생한 이 노래는 지난 5월 100주년 생일을 맞았다. 야구역사상 최장거리 히트 겸 ‘생일 축하합니다(Happy Birthday To You)’와 역시 전국의 모든 야구장에서 불리어지는 미국국가 ‘성조기여 영원 하라(Star-Spangled Banner)’에 이어 미국인들 사이에 세 번째로 많이 불리는 노래로 자리매김 했다.
이 노래가 크게 뜬 것은 1970년대 중반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장내 아나운서였던 해리 커리 덕분이다. 커리는 경기중계에 앞서 이 노래를 즐겨 흥얼거렸는데 구단주 빌 빅크가 이를 보고 중계실에 ‘몰래 마이크’를 설치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안 커리가 “어쩌자고 음치 노래를 생방송했냐?”고 따지자 빅크는 “관중은 카수가 노래하면 경청하고 음치가 노래하면 따라 부르게 마련”이라며 일축했다. 커리가 1981년 시카고 컵스의 리글리 구장으로 옮긴 후 TV 실황중계가 시작되면서 이 노래는 그의 선창에 따라 전국적으로 순식간에 퍼졌다.
매리너스 팬들도 홈구장인 세이프코 필드에서 어김없이 이 노래를 합창한다. 덕분에 이 구장의 전속 오르간 연주자인 제리 프랭크는 시애틀에서 공연 빈도가 가장 많은 연주자로 치부된다. 프랭크는 이 노래에 이어 꼭 워싱턴주의 비공식 주가(州歌)인 ‘루이 루이(Louie Louie)’를 연주한다. 마찬가지로 캔자스시티 로열스 구장에서는 팝송 ‘캔자스시티’가, 밀워키 브르워스(양조장이라는 뜻) 구장에서는 ‘맥주 통 폴카’가 각각 잇대어 연주된다.
앞으로 10일 후인 8월5일 저녁 세이프코 필드에서 한국일보와 매리너스가 해마다 공동주최하는 ‘코리언나이트 게임’이 펼쳐진다. 많은 한인팬들이 나와서 한여름 밤 백구의 향연을 즐기는 한편 미국인 관중과 함께 야구응원가도 목청껏 부르며 스트레스를 풀기 바란다. 가사를 모르면 필자처럼 ‘푸른 하늘 은하수…’를 붙여서 불러도 뭐랄 사람이 없다.
윤여춘(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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