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봄에 곡식이 없어 일찍 수확하는 보리로 죽을 쑤어 연명했는데 그것도 부족하면 풀뿌리나 나무 껍질을 삶아 먹기도 했다.
그 때는 쇠고기, 돼지고기를 맘껏 먹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간혹 처녀 총각 혼사가 있다든지 부잣집 노인이 돌아가시면 호상이라 하여 돼지를 잡아 동네잔치를 하기도 했다. 돼지고기국이란 말뿐이지 비계 몇 점에 두부 몇조각 띄워 놓은데 불과했지만 그 맛이 얼마나 기막혔던지 눈 깜빡할 사이에 한 그릇을 깨끗이 비우곤했다.
궁핍한 시대였던 50년대 후반 우리 어머니들은 집에 생일날이 오면 식구들에게 쇠고기 국을 먹이기 위해 고물장사나 엿장사에게 머릿카락을 짤라주었다. 머리카락 판 돈으로 쇠고기 한근을 사서 국을 끓여 주기 위함이었다.
그 시절엔 그저 고기만 보면 반가웠다. 모질게 가난했던 그 때의 경험을 한 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를 외치며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젊은이들을 보며 탄식한다. 제발 이제는 그만두라고…
한국의 젊은 세대는 보릿고개를 모른다.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보릿고개는 전설일 뿐이며 제 2의 IMF란 오지않는다고 그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요즘 한국에선 먹는 것, 입는 것을 가치나 실용성이 아닌 과시성을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으니 한국의 장래가 정말 걱정스럽다.
말이 난 김에 쇠고기에 대해 말해보자. 미국인들은 검은 황소, 즉 블랙 앵거스의 고기를 최상으로 친다. 검은 황소야말로 최상의 육우(beef)인 셈이다.
육우를 만들기 위해 농장에서는 적당한 운동으로 근육을 부드럽게 하고 살에 기름이 끼지 않도록 초식을 시킨 뒤 2~3년 후 잡아 시장에 내놓는다. Beef가 아닌 기타 고기는 미트(meat)라고 한다.
미국에서 수출하는 쇠고기는 어떤 소를 도축한 것인지 담당자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을 밝히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먹는 사람이 입맛으로 짐작할 뿐, 정확한 고기의 분류는 어렵다. 오직 믿고 먹을 뿐이다. 양질의 고기를 먹으려면 몇 배의 댓가를 치러야 하는 것 또한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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