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도 변함없이 좋아하는 것 중에 하나는 「공짜」다. 한국에서 젊음의 상징인 그룹이 온다며 딸아이가 티켓을 예약하자고 한 달 전부터 보채었는데 만만찮은 가격에 무응답으로 대응해 왔다.
그런데, 그 공연의 초대권을 받게 되었다. 너무 좋았다. 딸에게 체면도 서고 모처럼 소리지를 기회도 갖고, 무엇보다 그 초대권은 바로 공짜이기에 더 좋았다. 그룹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래도 예전의 식지 않은 열정이 있기에 두 시간 전부터 가서 주변을 배회하다 공연장소에 가서 줄을 섰다.
건장한 청년 한 명이 꾸벅 인사를 한다. 「선생님도 오셨어요?」 선생님이란 말에 움찔 했다. 초등학교 때 한글 선생님이라고 여자 친구에게 소개를 해서 기억이 없어 미안 했지만 아는 척 했다. (나중에 기억이 났지만)
공연 시간이 늦어지면서 줄은 길어지고, 학생들과 부딪치는 횟수도 많아졌다. 한결같이 하는 말, 민망하게「선생님도 오셨어요?」 그리고 충격적인 한 마디는「세대가 틀리잖아요.」
한국 학교와 인연을 맺은 지 어언 20년이 지났다.
해마다 열리는 재미 한국 학교 협의회의 학술 대회에 올 해는 참석을 했다. 40여 년을 교사로서 남 다른 열정을 갖고 계시는 뉴욕의 선생님, 「기왕 바치는 열정, 기쁨으로」하라며 손 잡아 아낌 없이 주시는 칭찬과 격려, 부모님 연배 되시는 고등학교 대 선배님의 끊임없이 부어 주시는 도전과 사랑, 평소 만나기 힘든 저명 인사들의 주제 강의 및 강연, 특히 대학 총장이라고 소개 되신 분을 만나기 전에는 그 분의 직위에 맞는 직선적인 이미지를 생각 했었는데, 어울리지 않는 아줌마식 솔직한 수다강연, 한 두 번 뵌 기억으로 부담 없이 나누는 각종 정보 등을 얻으며, 한국 학교 교사라는 자부심에, 근속 연수에 따른 자만심까지 갖고 있던 나에게 이번 참석은 앞으로의 20년에 대한 「공동체적 조화」란 새로운 결심을 하게끔 했고, 사랑은 학생을 존중하고 이해하고 관심을 가지며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라는 정의를 다시 확인하게 했다.
세대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임을 강조하며, 달라도 함께 할 수 있다고 기다리는 줄에서 우리는 열심히 토론한 후 극장의 자리에 앉았다. 나누어준 야광 봉으로 팔찌와 머리 띠를 만들었다. 두 개의 고리로 토끼 귀처럼 붙이고 공연 시작을 기다렸다. 같은 줄에는 점잖은 어르신들이 앉으셨는데(특히 존경하는 김희봉 선생님) 다른 줄에 앉은 우리 학생들에게 선생님도 너희와 다르지 않음을 보여 주어야 됨이 부담이었다. 울려 퍼지는 음악 속에 그런 부담은 녹아 없어졌고, 어느 새 나도 그들과 함께 음악에 맞춰 손을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공동체적 조화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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