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피아노 연주회 때문에 종종 노인 아파트를 방문하곤 한다.
처음 피아노 연주회에 참가할때에는 그저 아이들에게는 발표의 기회가 생겨서 좋고, 할아버지, 할머니들께는 피아노 연주회가 생기니, 참 좋은 방법이란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짧고 쉬운 곡이지만, 멋지게 차려입고 연주회에 참가하는 우리 아이를 보기 위해 사진기며,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그곳을 찾았었다.
연주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노인분들이 거동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찾아오신다.
아이들 하나하나의 연주가 끝날때마다 소리높여 부라보를 외치시고, 때로는 일어나 덩실덩실 춤도 추신다. 연주회가 끝난후에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잘했다 칭찬에, 부모들의 손을 잡고 참 자랑스러운 아이들을 두었다 격려도 아끼지 않으신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연주회를 잊어버릴때쯤 아이들에게 반짝반짝 빛나는 음표가 가득든 스티거를 선물로 보내 오시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휠체어를 타고 연주회를 보러 오셨던 한 할머니의 모습을 지금도 기억한다. “나는 의자가 4개 필요해요.” 아이들의 연주회가 시작되고, 느즈막히 연주회장으로 들어오신 할머니가 속삭이셨다. 우리는 얼른 4개의 의자를 비워 드렸다. 그러자 할머니는 그 의자 4개를 한줄로 쪽 세워 놓으시며 우리를 보고 행복하게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나는 의자가 4개 필요해요. 우리 아이들이 올거예요. 그리고 내 옆에 이 자리는 우리 막내 것이예요.” 그리고 눈만 마주치면 우리에게 그 말씀을 되풀이 하셨다. 그렇게 하나하나 피아노 연주가 끝나가고, 여전히 그 자리는 빈자리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연주회가 다 끝나서야 우리는 그 자리가 그저 할머니의 기다림의 자리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곤 그렇게 쓸쓸히 연주회장을 떠나시던 할머니의 뒷모습이 나에게는 아직도 가슴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할머니도 아이들을 대리고 연주회에 가신 기억이 있으신 모양이네… 할머니 옆자리는 늘 막내 차지였던 모양이지…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니, 그 할머니의 지나온 삶까지도 살짝 궁금해 진다.
할머니도 나처럼 젊을때가 있으셨을테지… 나처럼 아이키우느라 바쁜적도 있으셨을테지… 그리고 나처럼 절대 늙을것 같지 않다는 생각도 하셨을테지… 그리곤 할머니도 모르는 사이, 저렇게 살아온 모든 기억들을 잃어버리셨겠지…
긴 삶을 살아내시고 이제 그 길었던 지난 삶의 기억들마져 잊어 버린 그분들을 보며 정말이지 “삶”이라는 그 말에 가슴이 저리다. 그져 날마다 똑같기만 해서 때로는 지루하다고 여겨지는 나의 지나치게 평범한 하루가 내 인생의 드라마에 멋지게 기록되어져야 할 소중한 순간이라는 것을 나는 그곳에서 한번씩 깨닫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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