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절대음감을 가졌다. 어렸을적 그것은 꽤 큰 자랑이었다. 혹자는 날 천재라고 하기도 하고 친척들은 모이기만 하면 피아노를 치고 나에게 무슨 음인지 맞춰보라고 했다. 예고에 가보니 작곡과 동기들은 모두가 절대음감이었다. 절대음감이 그리 대단한건 아니구나 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게 그것은 뿌듯함이었다.
그러나 미국에 오니 음대에서도 절대음감은 희귀한 족속이었다. 아하. 그럼 다시 천재 소릴 듣는 것인가? 그런데 웬걸. 아무도 절대음감을 알아주지 않는다. 오히려 절대음감은 음악교육에 필요없다고 철저하게 상대음감을 가르친다. 상대음감은 주어진 어떤음에 따라 조를 자유자재로 옮길수 있다. 그래서 실제로 음악을 하는데 더 유용하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지만서도 내게 몇 안되는 자랑할 거리 중 하나인 절대음감이 이렇게 쓸모없는것으로 되버리니 그렇게 섭섭할수가 없다. 조성음악에 있어서 모든 음은 그 맥락안에서 쓰임받는 역할이 있다. 기능이 있는 것이다. 상대음감은 각 음이 음악 전체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생각하며 음을 짚어가는 것이다. 반면 절대음감은 그 음의 기능을 구지 알지 않아도 그 음이 어떤 음고인지 안다. 그래서 곡 안에서 그 음이 기능이 바뀌면 오히려 헤깔린다.
어쩌면 절대음감이라는 것은 음악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것보다 청음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것이다. 청음은 음악을 위해 있어야하는데 그것을 잊어버린채 청음 자체만 잘한다면 좀 웃기는 일인지도 모른다.
가끔 음이 너무 높은 음악은 음을 낮춰서 부르자고 한다. 그러나 절대음감은 그것이 힘들다. 악보에 C라고 써있으면 그것의 절대적이다. 그걸 어기고 다른 음으로 부르려고 하면 머릿속에서 충돌이 생겨 그 음이 안나온다.
요즘 내가 가입해있는 음악 블로그에서는 절대음감 상대음감에 대한 포럼이 있는데 단 한명도 절대음감을 좋아라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다. 절대음감이던 상대음감이던 중요한 것은 음감이다. 상대던 절대던 음감이 있으면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할때 아주 유용할 것이다. 절대음감이 없다는 이유로 난 음감이 없어, 하고 음악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 상대음감은 철저하게 연습과 훈련으로 얻을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음이나 하나 골라 잡아서 거기서 도레미파솔라시도 음계를 부를수 있는가? 당신은 음감이 있는 사람이다. 더 나아가 도미솔 으뜸화음을 부를수 있는가? 조금 힘들지만 도라 또는 도시 이런 어려운 음정도 낼수가 있는가? 당신은 음감이 좋은 사람이다. 자 이제 다른 음에서 시작해도 그 같은 음정을 낼수 있는가? 당신은 ...절대음감보다도 훌륭한 음정을 가진 사람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