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곡을 시작했다. 추수의 계절이라는 주제로 곡을 써야한다. 그말을 듣자마자 번뜩 떠오르는 곡이 있다. 우리나라의 노동요 중에서 옹헤야이다. 나는 예전부터 이 곡이 좋았다. 마냥 흥미있다. 옹헤야라는 말 자체도 재미있고 괜히 신명난다. 그리고 주거니 받거니하는 메기고 받는 형식도 좋은 소재가 될것 같고 발전의 소재가 많은 모티브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면조라서 단조느낌이 나면서도 슬프기보다는 유쾌한. 어렵고 힘든 노동이지만 기쁨으로 같이 하자는 의미가 담긴 듯한 이 민요가 참 좋다.
자..그럼 어떻게 곡을 쓸까.
멜로디는 살리고 화음만 바꿀까? 싫다. 그것은 작곡이라기보다 편곡이다. 그럼 아예 반대로 추상적으로 분위기만 살리고 멜로디를 숨길까. 그런데 이건 싫다. 너무 무겁다. 이번만큼은 명백하게 멜로디를 드러내고 싶다.
아..어떻게 하면 멜로디를 드러내면서도 뻔하거나 유치하지 않고 창의적으로 쓸수 있을까. 쉽지 않다. 그러다생각난것이 과장해야겠다. 멜로디를 그냥 드러내면 뻔하다. 너무 드러내면 뻔하지 않다. 변주하되 특정 음을 언발란스로 부풀리는 것이다. 한마디로 오버하자는 거다. 그래서 좀 해학적인 변주를 해보련다.
옹헤야 어절씨구 옹헤야 라는 노래를 가사는 없지만 헤야 부분을 많이 반복하는 것이다. 레파레를 레파레파레파레로 시작해서 파레파레파레파레..계속 오버해서 반복하자. 그리고 쉼표. 또 다시 반복. 이번에는 길이를 달리. 더 길게 . 또 쉼표. 이번에는 짧게 반복. 예측할수 없게 길이를 달리하면서 악기들이 점점 첨가되고 유니슨(제창)으로 시작된 멜로디가 점점 두껍게 화음의 옷을 입고..대체 어절씨구는 언제나오는거야 기다림에 지쳐갈때 아주 끝에 어절씨구 옹헤야! 하고 스타카토로 끝내자.
흔히 볼수 있는 변주되었다가 다시 오리지널로 돌아오는 그런 균형된 형식이 아니다. 짧은 곡이지만 몰아가고 몰아가다 결말은 금방. 기다리고 기다려 일하고 일하며 차곡차곡 뿌린 곡식을 순식간에 거두는 추수. 바로 이거다!
현대 음악이 난해하고 심각한것만 있지 않다는 것을 이번 곡으로 보이리라! 심란한 이 세상이지만 어절씨구 옹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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