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일요일에 버클리 심포니가 나의 곡을 연주한다. 그러나 이것은 일반 콘서트와 다르다. 제목은 공사중 콘서트이다.
즉 작곡가들이 미완성된 곡이나 실험적인 곡을 주고 오케스트라에게 연주하도록 하는 것인데, 오픈 리허설로 시작해서 곡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청중에게 보여주는것이다. 후에는 청중이 작곡가에게 질문하는 시간도 있다. 흔히 오케스트라라는 거대한 괴물을 다룰때 완성도라는 압력과 부담에 실험적인 시도를 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콘서트는 작곡가로 하여금 실험을 할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며 완성도라는 부담보다는 시도와 도전이라는 기회를 주는것이다.
처음 어플라이를 하고 작곡가중 한명으로 선정된것을 알았을때는 기뻤으나 하면서 이게 뭐하는 짓인지..하면서 괴로왔다. 이렇게 짧은 시간안에 오케스트라 곡을 쓴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적인 연습도 되었고, 그동안 심각한 대곡만 구상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가벼우면서도 색다른 짤막한 소곡을 쓰게 되어 기쁘다. 이번 첫 공연은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주제가 주어졌다.
민주주의라...민주주의를 가지고 무슨 곡을 쓰리. 남편에게 물어보았더니 전형적인 현대음악 쓰면 되겠네. 모든 악기들이 다양하게 따로놀고 자유롭게 움직이면 되는거 아냐. 되게 쉽겠다. 하였다.
일차적인 표현방법일것이다. 그러나 예술가는 흔히 보는 안목에서 벗어나고 싶은것이 예술가이다.
민주주의를 대표할수 있는 버클리라는 도시를 생각해보았다. 그 폐단이나 문제점을 떠나 민주주의의 기본인 문화의 자유를 꽃피우고 있는 버클리를 예찬하는 버클리 팡파레를 썼다. 오히려 여태껏 내가 쓴 어떤곡보다도 단순하고 정리된 리듬에 심플한 팡파레를 쓰면서 군데군데 버클리적인 장식적인 프레이즈들이 퍼져있는 곡이다.
정치적인 민주주의도 아니요, 원론적인 민주주의도 아닌 내가 생각하는 민주주의는 각 개인이 독창성을 펼치는 아래 오히려 전체적으로는 가장 조화되고 정리된 모습이다.
곡을 쓰고 나니 그동안 썼던 곡과는 달리 너무 심플해서 꼭 벌거벗은 것 같은 쑥스러움이 든다. 그러나 이 곡은 공사중이라는 타이틀 안에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또 청중들과 함께 나눌 소재가 될것이며 차후에 큰 대곡 안에 서곡으로 쓰일지 아니면 습작으로 끝날지는 연주후에 알게 될것이다.
몇세기 전에 완성된 흔한 곡들에서 벗어나 현세기를 살아가는 작곡가들이 공사하는 모습에 함께 참여하고 싶으신 분들은 다음주 일요일 7시에 버클리에 있는 St. John’s Presbyterian Church( 2727 College Avenue) 에서 뵙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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