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처음 들으면 흔히 멜로디에 치중한다. 그래서 멜로디 악기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플룻, 바이올린, 클라리넷 인기 많은 악기들이다. 그러나 사실 더 중요한것이 있다. 베이스이다. 베이스는 화성을 결정하며 곡의 구조를 잡는 가장 중요한 것이다. 좋은 작곡가는 훌륭한 베이스 라인을 만드는 사람이다. 저음이 좋은 곡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에서 음악회를 할때마다 베이스 주자들을 객원으로 더 모셔오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나는 저음 악기가 좋다. 첼로, 더블베이스, 팀파니, 바순, 베이스 클라리넷... 중후하고 느릿느릿 한 이 악기들을 사랑한다. 물론 저음악기들도 멜로디를 낼수 있다. 그리고 그때는 정말 효과적이다.
대학교 2학년때 나는 악기에 대해 충분히 알지도 못하면서 저음악기만을 위한 소나타를 썼다. 후에 보니 참 기발한 생각이었다. 이 악기들이 할수 없는 것을 오히려 강조하는 곡이었다. 지금은 한국에 두고 온 그 악보를 언젠가 찾아와서 다시 손질하고 싶다.
저음악기는 덩치도 커야한다. 그만큼 울림통이 커야하기 때문이다.
악기들을 사람과 비교하는 것을 읽은적이 있다. 바이올린 같은 사람, 첼로 같은 사람.
음대 다날 시절 대학때 바이올린전공 아이들이 제일 잘 싸운다는 말이 있었다. 날카로운 고음을 매일 듣고 살기 때문에 신경이 예민하다고 했고, 저음을 하는 아이들은 순하다는 말도 있었다. 물론 이것이 사실은 아니겠지만 저음악기 같이 큰 울림통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유순하다는 말일것이다. 울림통이 크다는 말은 음이 연주 된후 잔향이 길게 남는다는 뜻이다. 고음은 삑 하고 소리를 내고 금방 사라지지만 저음은 같은 길이를 연주해도 오래 남는다. 잔향을 남길수 있는 사람. 말이 많지는 않지만 마음에 오래도록 간직하게 되는 한마디를 하는 사람.
나는 우리 두 아이들에게 저음 악기를 가르치고 싶다. 저마다 톡톡 튀라고 가르치는 이 세대에서 저음악기의 품성을 지닌 아이들로 키우고 싶다.
오늘 새롭게 오케스트라곡을 시작했는데 더블베이스를 주인공으로 잡았다. 언뜻 듣기에는 주인공이 아니지만 숨겨진 주인공이다. 이것이 저음악기의 묘미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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