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이 막 끝나고 어렵던 시절 우리도 배급을 받았습니다. 이젠 베풀어야할 때가 아닌가요?”
라티노 선교단체 굿스푼에서 기증 중고자동차 처리 업무를 자원봉사하고 있는 폴(기만) 김 집사(사진)가 늘 가슴에 새기는 말씀은 로마서 5장 19절이다. ‘한 사람이 순종하지 아니함으로 많은 사람이 죄인 된 것 같이 한 사람이 순종하심으로 많은 사람이 의인이 되리라’.
여기서 한 사람은 예수 그리스도를 뜻한다. 그 분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기까지 순종하시므로 모든 인류가 희망을 갖게 된 것처럼 한 사람이 성도의 역할을 온전히 다하면 세상이 밝아질 수 있다. 김 집사는 그 역할을 자신이 먼저 제대로 해야 한다고 믿는다.
“지난 겨울이었습니다. 저녁에 김재억 목사의 차를 고쳐주기 위해 굿스푼에 들렸는데 김 목사께서 라티노 형제들과 성경공부를 하고 계시더군요. 공부가 끝나고 식사를 간단하게 하는데 날이 추워서 그런지 음식이 얼어있었어요. 보기가 딱했습니다. 내가 도울 일이 없을까 찾아봤지요.”
인연은 그렇게 맺어졌다. 미국에 오자 마자 배운 자동차 기술이 30년 경력이 됐으니 그걸 이용하기로 했다. 후원자들이 중고차를 기증해 주면 직접 가서 토잉해 수리한 후 다시 필요한 사람에게 팔아 수익금을 굿스푼에 전달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50여대의 차를 처리하면서 모아진 성금은 9,724달러. 액수가 의외로 많지 않은 이유는 대부분 고철로 팔렸기 때문이다. 쓸만한 차들이 많지 않았다는 얘기다.
남들에게 말할 수 없었던 고충은 그 외에도 많았다. 우선 타이틀이 없는 차는 폐차시킬 수밖에 없었다. 이런 차를 가져와 만약 문제가 되면 고스란히 김 집사의 책임이 된다. 또 김 집사의 처지는 고려하지도 않고 당장 차를 가져가라는 사람, 밤늦게 멀리 볼티모어까 찾아가야 했던 일 등 봉사가 항상 쉽지는 않았다. 그럴 때도 김 집사는 기증자의 다른 차를 고쳐주고, 왜 남을 도와야 하는지 설명도 해주고, 가능하면 전도도 했다.
굿스푼의 김정수 총무는 “그런데도 김 집사님은 한 번도 불평하지 않고 책임을 다하셨던, 아니 그 이상의 일을 하셨던 분”이라고 소개했다. “많은 봉사자들이 있었지만 함께 일하기가 이렇게 편한 분은 없었다”는 김 총무의 말이다. 어떤 봉사든 매우 고마운 일이지만 남의 사정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이것 저것 간섭하거나 자기 주장만 펴는 사람,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생색만 내는 사람들은 다루기가 힘들고 피곤한 게 사실이다. 반면에 김 집사는 김 총무의 말을 빌자면 “제 일을 묵묵히 한 후 바람처럼 사라져 버리는 스타일”이다.
이민 선배라 할 수 있는 그에게 성공적인 이민자의 삶을 위한 지혜를 물었다.
“노력하면 기회가 주어지는 미국은 참 좋은 나라입니다. 그러나 누릴려고만 하지 말고 열심히 미국생활을 배워야 합니다. 가장 간단한 에티켓부터 시작하면 어떨까요?”
“내년에는 경기가 나아져 더 많은 사람들이 차를 기증했으면 좋겠다”는 김 집사는 “굿스푼은 여느 단체와 달리 욕심 부리지 않고 알차게 봉사하는 기관”이라고 추켜세웠다. 할 일은 쌓여 있고 재정은 늘 부족해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김재억 목사와 김 총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남들과 나누되 ‘쓸만한’ 물건을 정성을 담아 전달하는 수준높은 기부 문화가 절실하다”는 김 집사는 최근 큰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건강이 많이 회복돼 내년에는 더 큰 의욕을 가지고 봉사할 계획이다. 기증된 자동차는 모두 세금 공제 혜택을 받는다. 김기만, 김현주 집사 부부는 한빛지구촌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자동차 기증 및 후원 문의
(703)622-2559, 256-0023
굿스푼선교회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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