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셋째 손자 녀석이 쪼르르 달려오더니 “할머니, 내가 그렸어!” 하면서 종이 한 장을 불쑥 내밀었다. 그러더니 “이건 아빠, 이건 엄마, 이건 엘리아, 에녹, 그리고 나”하고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설명을 했다.
그래서 내가 “그런데 할머니, 할아버지는 어디 있지?”하고 물었더니 아이는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우리 식구만이에요”하고는 그림을 빼앗아 가버리는 것이었다.
순간 머리가 쿵 하더니 가슴이 아려왔다. 먹기 싫다고 도리질 하는 녀석 입에 영양가 따지며 한 개라도 더 먹이려고 온종일 쫓아다닌 내가 그럼 제 식구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비가 왔다. 유난히도 비 오는 날, 눈 오는 날을 좋아하는 나는 “지금 산에는 눈이 내리겠지”하며 하얀 눈 내리는 산길을 그려보았다.
점심때 딸들 식구들과 친지들이 모여 점심을 같이 했다.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데 아들 내외가 부지런히 뒷정리를 하더니 짐을 챙겨 나왔다. 아이들을 데리고 산에 눈 보러 갔다가 이틀 후에 돌아오겠다며 휭 하니 떠나는 것이었다. 손자의 “우리 식구만”이 다시 가슴을 아리게 했다.
비는 계속 내리고 아이들이 그 산까지 가려면 너덧시간은 가야 할텐 데 기온이 더 내려갈 까봐 걱정이 되었다.
김소명/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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