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침이면 옆집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가 반갑다. 8년전 우리가 이사올 때는 돌쟁이였던 러시아 소녀가 이제는 초등학생이 되어 몇 해 전부터 피아노를 딩동거리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제법 노래를 치곤 한다. 집 벽이 닿아 있어 소리가 한 집처럼 들리지만 그 소리가 조금도 시끄럽지가 않고 오히려 옛 기억을 더듬게 해준다.
우리가 이 집에 이사왔을 때는 8학년과 5학년인 아이들이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연습했었다. 연습할 때마다 어린 아이가 있는 옆집과 백인 할머니 혼자 사는 집에 늘 미안하고 조심스러워 가능한 한 늦은 시간에는 연습하지 않도록 하곤 했다. 엄마인 내게는 듣고 또 들어도 귀하기만 한 소리였지만 남들에게는 얼마나 고역이었을까 싶었다.
그래서 마주칠 때마다 이웃들에게 양해를 구하곤 했는데 특히 백인 할머니는 우리 두 아이의 연주 소리를 즐긴다고 말하곤 했었다. 그 할머니의 마음이 이제 조금 느껴진다.
남편과 둘이 저녁식사를 하러 가니 식당의 한켠에 우리처럼 단 둘이 와 음식을 기다리는 부부가 보인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자리한 식탁에서 들려오는 단란한 소음을 배경으로 중년 부부만의 식탁이 오붓하고 쓸쓸하게 비춰진다.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며 부산스런 아이들을 나무라던 때가 생생한데 이젠 아이들의 안부전화에 마음을 기대게 되니 참 세월이 무상하다.
아직도 마음은 지나온 시간에 묶여 있는데 이제는 부부 두 사람이 엮어가야 할 미래가 우리 앞에 당도해 있음을 본다. 짧은 신혼시절 이후 잊다시피 지내온 우리 두 사람만의 시간을 감사함으로 누리며 건강하게 채워가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김지연/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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