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목사(미주 크리스천 문인협회원)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 나는 듣노라. 그대가 주고간 마지막 말을…’
시인 모윤숙의 산문시집 ‘렌의 애가’의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란 시의 한 구절이다. 렌은 아프리카 열대지방에 사는 작은 새로 일생 동안 혼자 슬피 울다가 외롭게 죽어간다고 한다. 이 새처럼 지금도 의정부로 향하는 서울 성북구 어느 한적한 양지바른 언덕에는 잊혀진 뒤안길에서 피었다 꺾이고 짓밟힌 꽃송이들이 고요히 잠들어 있다.
지금으로부터 49년 전 대통령 부정 선거에 항의하다 진압 경찰의 총탄으로 이름 모르게 숨져 간 젊은 학생들의 영령이 머물고 있는 4.19 의거 묘지이다.
나는 꽃다운 나이에 여기에 묻혀 있는 한 젊은이를 기억하고 있다. 김치호군으로 그 당시 교회 중고등부를 지도하는 교사로, 학교는 서울대 문리대에 재학하고 있었다. 불의를 보고는 못참아 정의감에 뛰어 들어 데모 대열에 앞장섰던 것이 그가 희생된 화근이었다.
우리는 4.19 의거로 196명의 젊은이들의 고귀한 목숨을 잃었다. 아니 잃었다기 보다 저들은 조국의 제물이 되어 산화해버린 것이다. 저들의 피흘림이 없었다면, 결코 그 당시 자유당 정권이 손을 들지 안했을 것이고 보면, 저들의 희생이 얼마나 값지고 고귀한 것인지 모른다.
국군이 죽어서 말하듯 아마도 이나마 민주정치의 기틀이 잡혀지지 않았을 것이다. 저들은 몸은 쓰러졌어도 혼은 나라를 놓치지 않았고, 숨은 끊어졌어도 뜻은 항상 겨레와 얽매어 그 끈끈한 이어짐이 영원하리라 믿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몸이 총칼에 시달리면서도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조국의 앞날을 위해 받쳐진 한 떨기 무궁화의 밑거름이 돼주었기 때문이다. 참으로 땅에 떨어져 저들이 뿌려놓은 알알들의 밀알 새순들이 지금 자라고 있다. 그러기에 이 충혼들을 위해 4.19를 맞아 우리 모두가 엄숙히 머리 숙여 저들의 고귀한 희생에 다같이 합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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