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잘 친 덕분에 탄 남편의 상은 대나무로 엮은 개롬한 상자에 술병이 들은 것으로 예상 되었습니다. 열어 보니 그 속에는 노르스름한 쏘테르느(Sauternes)라는 술 한 병과 조그만 병에 들은 포아그라(Foie Gras-거위 간)가 있었습니다.
우선 포아그라에 관해서 좀 설명해 드리지요. 그것은 프랑스말로 ‘기름진 간’이라는 뜻입니다. 일부러 살찌게 하여 잡는 것이라 간이 크고 기름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포아그라는 거위 간 혹은 오리 간을 일컬어 말하기도 합니다. 시중에 파는 것은 살짝 익힌 것인데 동그랗게 만들어 놓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모은 손처럼, 생긴 모양 그대로 팔기도 합니다. 누르스름한 색이 납니다.보통 포아그라는 흰 토스트와 함께 그것만 내어 놓는 경우가 제일 많지만 달콤한 빵, 부리오쉬와 내어 놓기도 하고 지진 과일을 곁들여 내어 놓기도 하더군요. 모로코의 마라케쉬에서는 지진 사과와 내어 놓은 것을 먹어 보았습니다. 에비앙에서 멀지 않은 중세기 마을 이보아르에서 맛 본 것은 무화과로 만든 타르트(바삭거리는 밀전병 위에 과일을 얹어 오븐에 익힌 것) 위에 살짝 지진 포아그라를 얹은 것이었습니다. 달콤한 것과 어쩌면 그렇게 잘 어울리는지!
쏘테르느는 포도를 제때에 거두어 드리지 않고 늦가을 서리가 내릴 때까지 두어 좀 말라비틀어진 포도를 따서 만드는 술입니다. 햇빛을 오래 받아 아주 달콤하고 유난히 향기가 짙습니다. 똑 같은 방법으로 만든 술을 독일에서는 아이스와인(ice wine)이라고 부릅니다. 보통 후식과 함께 마시는 술이었지만 프랑스의 유명한 요리사 뽈 보쿠스(Paul Boccuse)가 전채요리로 내어 놓는 이 포아그라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선언하였습니다. 그것이 우리 같은 일반 사람들의 미각을 일깨워 주게 된 것이었습니다.그러니 맛을 즐기는 사람이면 누구나 금방 알아보는 별미의 술과 거위 간이지요. 1990년도 샤
또 시몽의 것이었습니다. 보르도의 술에 관한 책을 열어 보니 90년도 샤또 시몽의 쏘테르느가 특히 뛰어난 해의 술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술까지 그렇게 뛰어난 것을 맛보게 되어 흥미진진 하였습니다.
이른 저녁 날씨가 너무나 좋아 테라스에 앉아 상으로 탄 이 포아그라와 쏘테르느를 맛보기로 하였습니다. 저는 우선 빵을 몇 쪽 토스트 하였습니다. 뜨거운 수돗물에 칼을 담그었다가 그 누르스름한 색이 나고 버터의 질감을 가진 포아그라를 반듯하게 잘랐습니다. 기름기가 많기 때문에 그렇게 자르는 것이 제일 좋지요. 그리고 접시 가운데에 놓았습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본 것처럼 굵은 소금을 좀 흘려 뿌리고 빨간 통후추를 두 손가락으로 비벼 부셔 약간만 얹었습니다. 검은 후추와 달리 빨간 후추는 껍질이 무척 얇고 잘 부스러지는군요.
그 옆에 잎이 예쁜 납짝 파슬리 줄기를 휘게 하여 한 가닥 곁들였습니다. 그리고 쏘테르느를 위해서 화이트와인 잔(붉은 포도주 잔보다 조금 적은)을 놓았습니다.
토스트에 포아그라 덩어리를 듬뿍 잘라 문질렀습니다. 얇은 토스트를 바삭 깨물면서 포아그라가 입 천장에 닿자, 말 할 수 없이 고소한 맛과 함께 버터처럼 녹았습니다. 음......우리도 모르게 소리가 새어 나왔습니다. 포아그라가 입에서 거의 사라졌을 때 유난히 향긋한 쏘테르느 한 모금을 마셨습니다.
와.......더 큰 소리가 새어 나왔습니다. 서로 쳐다보며 눈으로 동의 하였습니다.쏘테르느는 그게 그냥 달기만 해서 맛이 있는 게 아닙니다. 설탕을 타서 그런 맛을 절대 낼 수 없지요. 그 향기는 꿀의 향기와 은은한 꽃술의 향기가 섞인 것 같고 거기다가 요정이 마술을 부리기라도 한듯이 세상의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그 맛에 도취하게 하는 술입니다.
그 냄새를 맡는 순간 어머나, 어쩌면 이렇게 기막힌 향기가 날까? 하며 큰 숨을 다시 한 번 들여 마신다니까요. 그리고 새로운 경지에 도달한 차원이 높은 ‘맛’, 어느 것과도 비교 할 수 없는 그 ‘맛의 전율’을 느끼게 됩니다.
이른 저녁이라 레망 호수에는 아직 돛단배들이 여기 저기 오락가락 하였고 보트 장 옆의 보도에는 사람들이 슬렁슬렁 거닐고 있었습니다. 또 한쪽의 토스트로 손이 갔습니다. “우리가 정말 이 동네에 오게 된 것 이만 저만한 행운이 아니야 이것은 우리가 수 차례 한 말입니다. 특히 여름에는 낮에 덥고 저녁이면 좀 시원해지는 일기 때문에 지내기가 너무나 편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집 테라스가 넓어 여름이면 큰 방이 하나 더 있는 셈이거든요. 손님이 와도 의례 테라스로 안내합니다. 비가 와도 넓은 비막이 롤로(Rollo)를 내리면 되니까요. 이 빌딩에 소속된 넓고 아름다운 정원이 내려다보이고 왼편으로는 커다란 고목 사이로 아담한 성이 내려다보이지요. 어둑해 지기 시작하면 호수 건너 보이는 루잔 (스위스)의 수많은 불빛이 찬란하게 비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이 아름다운 순간에 도취되어 있었습니다.
발효된 유유로 만든 약간 새콤한 맛을 내는 타페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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