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얼린 듀오 제니퍼.안젤라 전 자매
▶ ‘바톡 44’ 발매 기념 미니 콘서트
벨라 바톡.졸탄 코데이 두 작곡가 모집한 포크송 현대적 감각으로
윤이상의 ‘판타지’이어 바톡의 곡 냄으로써 현대곡 전문가로 보다 각광
1세기전 작곡가 지나간 동유럽 투어연주이어 카네기홀 초청 공연뒤 CD녹음
바이얼린 듀오 제니퍼, 안젤라 전 듀오가 새 앨범 ‘바톡 44(Bartok 44 Violin Duo)’의 발매를 기념하는 미니 콘서트를 22일 열었다. 제니퍼 전의 남편이며 세계적인 투자자로 유명한 조지 소로스의 맨하탄 어퍼이스트 자택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자린 메타 뉴욕 필하모닉 사장을 비롯한 뉴욕 음악계 인사들과 박인국 UN 대사 등 전 자매와 가까운 지인 40여명이 참석했다.
의외의 초대
기자가 초대를 받은 것은 다소 의외였다. 몇 주전 새 앨범에 관한 프레스 릴리스를 받았을 때 “가능하면 공연할 때 불러달라”고 요청하면서도 공식 공연이 아닌 극히 제한된 지인들만의 사적인 모임에 초대할 것으로는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말로 반갑게 기자를 맞은 자매는 “이런 모임에 언론을 부른 적은 한번도 없었다”며 “오늘은 기자가 아닌 친구로 초대한 만큼 취재에 신경쓰지 말고 편안하게 즐겨달라”고 말했다. 특히 언니 안젤라의 유창한 한국말은 즐거운 놀라움이었다. 10대에 미국에 왔으니 한국어를 잊어 먹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짐작은 했었지만, ‘상류층만을 상대로 실내악 활동을 하는 자매 음악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완벽한 한국말이 더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칵테일이 끝나고 내빈들은 센트럴 팍의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연못이 바로 내다보이는 작은 응접실에 모였다. 조지 소로스가 직접 환영 인사를 한 뒤 자매는 프로코피에프와 바톡의 곡을 20여분간 연주했다. 비록 연주한 곡들은 낯설었지만 오랜 기간 함께 해온 관록의 두 자매의 연주 호흡 그리고 작은 공간에서 뿜어내는 다이내믹한 에너지는 정말 대단했다.
전 자매와 바톡과의 인연
제니퍼는 “믿어지지 않겠지만 바톡의 곡을 녹음하게 된 것은 30년만에 오랜 바람이 이뤄진 것”이라며 대표적인 현대 작곡가 벨라 바톡의 CD를 작업하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자매는 70년대 후반 헝가리 바이얼리니스트며 바톡 수제자였던 데니스 지그몬디 교수를 (Denis Zsigmondy)를 만나 바톡의 음악을 배웠고 이미 수차례 Bartok Festival에 초청받아 연주를 했다. 이번 CD는 전 자매가 2007년 프랑스의 클래식 레이블인 하모니아 문디(Harmonia Mundi)와 아시안 음악인으로는 최초로 전속계약을 맺고 ‘판타지아(Fantasy)’를 성공적으로 완성한 후 작업한 두 번째 결과물이다.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은 벨라 바톡과 졸탄 코데이(Zoltan Koday) 두 작곡가가 한 세기전 동유럽을 돌면서 모집한 포크 송들을 현대적으로 편곡한 것이다. 1931년 작곡된 ‘Bartok의 44 Violin Duo’는 현대적 리듬과 하모니가 시작되는 중요한 터닝포인트로 해석되고 있다.
자매는 지난해 헝가리의 집시 싱어 베야타 파야와 호흡을 맞춰, 두 작곡가가 100년 전에 지나간 헝가리, 슬로베니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투어 연주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카네기 홀의 헝가리 뮤직 페스티벌 콘서트에서 초청 연주를 한 뒤 CD를 녹음했다. 조지 소로스가 헝가리계 유태인인 점도 자매의 오랜 숙원을 이루는 데 한 몫을 하지 않았나 하는 짐작을 해본다.
만만치 않은 가족 배경
자매는 이른바 유명 음악인 가족 출신은 아니다. 하지만 제니퍼는 “아버지와 형제 모두 바이얼린을 연주한 음악 가정에서 자라 너무 자연스럽게 음악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자신의 배경을 소개했다. 어린 시절부터 서양음악의 매력에 흠뻑 빠졌던 자매의 아버지와 삼촌들은 1940년경부터 이미 바이얼린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음악인은 남자의 직업이 아니라는 할아버지의 반대와 한국전쟁의 발발로 음악인이 되고자 했던 아버지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공학쪽으로 진로를 바꿔 박사를 받은 부친은 60년 한국석유공사를 창업하고 초대 회장이 되었다. 비록 자신은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부친은 자녀들이 음악을 할 수 있도록 적극 후원했다. 삼촌 중 한명이 MIT를 졸업하고 시애틀에서 거주할 때 자매는 삼촌집에 거주하며 음악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이후 나란히 줄리어드에 진학했다.
이날 제니퍼는 내빈들에게 자신의 남자 형제들이 음악가가 되지 않은 이유를, 남들이 듣기엔 다소 ‘잘난 척’이라고 오해할 표현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말했다.“남자 형제들은 모두 경기중,고를 다녔어요. 외국으로 치면 이튼 정도의 스쿨이었죠, 경기 출신은 음악가가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시기였어요. 그래서 여자인 우리 자매만 끝까지 음악을 했죠.”
세계적인 바이얼린 듀오로 발돋음
‘조지 소로스’ 때문에 오히려 가려지는 부분이지만 사실 안젤라, 제니퍼 전은 프랑스의 피아노 듀오인 라벡(Labeque) 자매와 자주 비견되는,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 여성 바이얼린 듀오로 인정받아 왔다. 줄리어드 재학 중 듀오를 이룬 자매는 제니퍼의 섬세한 멜로디 기법과 안젤라의 안정적인 스타
일이 대립적이면서도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내며 세계 주요 언론에 소개되었고, 하모니아 문디와의 계약을 통해 세계 정상급 뮤지션으로 한단계 더 도약했다.
특히 마티뉴, 쇼스타코비치, 미호 등을 윤이상씨가 직접 써보낸 현대곡 모음집 ‘판타지’에 이어 이번 벨라 바톡의 곡을 냄으로써 이들은 현대곡의 전문가로 보다 각광을 받게 되었다. 클래식 리뷰의 평론가 데이빗 베니에는 “전 자매의 이번 앨범을 능가할 만한 바톡 연주자들은 없을 것”이라고 극찬했고, 클래식 투데이, CD 리뷰 등의 전문지들도 모두 호평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자매는 CD 발매 기념으로 이미 런던, 파리에서도 공연을 벌였고 동유럽 순회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박원영 기자>
3월 22일 조지 소로스 자택에서 열린 공연에서 제니퍼 (오른쪽부터), 안젤라 전 자매가 박인국 유엔 대사 부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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