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박스에 여느 때와 같이 메일과 함께 광고성 팜플렛이 한아름이다. 그중 전에는 못 보았던 자전거 광고 팜플렛이 눈에 띄었다. 자전거라.. 자전거를 빼고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유학시절 기억들이 하나 둘 아련히 떠올랐다.
지금의 중국은 개방개혁으로 많은 발전을 이뤘으나 처음 내가 북경에 공부하러 갔을 때는 불과 몇 대의 자동차와 함께 말과 수레가 다녔다. 그리고 출퇴근 시간에는 차보다 훨씬 많은 자전거들이 도로에 가득했었다. 중국 사람들은 참으로 순박하고 마음이 따뜻했지만 상인이나 공공기관원들은 불친절하고 무뚝뚝함을 보여줘 사회주의를 느낄 수 있었다. 학생들은 대학생 같지않게 순수하고 학업에만 열심이었다. 그 당시 중국 학생들은 모두 기숙사 생활로 인해 교실과 기숙사, 병원과 기숙사로 이어지는 단순한 생활의 연속이었다. 대학생활의 낭만을 꿈꿨던 나의 생각과는 거리가 먼 고등학교 생활의 연속선상인 듯 느꼈다.
낯선 이국 땅에서 때로는 왠지 모를 서러움과 외로움에 눈물 흘릴 때도 있었지만, 그나마 항상 옆에는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 학교 앞 소매점에서 일하던 소녀는 나의 좋은 친구 중 하나였다.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했지만 그 친구는 항상 열심히 일했고 넘치는 유머로 나를 웃게 해줬다. 밝고 쾌활하던 그 소녀를 보며, 감사한 마음으로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을 정도였다.
병원으로 임상실습을 다닐 때는 실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작은 다리위에서 저녁하늘을 바라 보기를 좋아했는데, 그 시간이 하루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기숙사로 돌아오며 바라본 오렌지 빛 노을로 가득한 하늘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 병원에 있는 아픈 환자들을 생각하며, 건강하게 자전거 페달을 밟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사람들의 몸만이 아닌 마음도 함께 치유하는 의사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곤 했었다.
요즘도 하루 일과가 끝난 후 저녁하늘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마음이 힘들때, 몸이 지칠때, 여전히 낯선 이국땅에서 왠지 모를 외로움과 서러움이 밀려올때, 혹은 노을이 아름답게 지는 저녁하늘을 바라 볼때면 북경에서의 그 하늘을 그려본다. 그리고 건강하게 기쁜 마음으로 환자를 치료할 수 있음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아름다운 환경에서 지내고 있음에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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