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들이 음식 장사에 나섰다. 개솔린의 이윤이 적다고 느끼는 주유소 주인들이 수익을 늘리기 위한 아이디어로 간단한 음식과 음료수를 팔기 시작한 지는 오래 되었지만 이제는 그 수준을 넘어섰다. 핫도그나 피자를 넘어 크롸상, 파니니, 샐러드, 아침식사용 부리토 등이 등장하고 있다.
주유소들, 주문제 간이식당으로 진화 중
개스 이윤 적어 수익창출 방안으로 등장
신선한 샐러드·샌드위치 직접 만들어 판매
우드랜드 힐스에 사는 세일즈 우먼 대니엘 라고카가 주문한 음식들을 점검한다. 닭고기 샐러드, 한 옆의 드레싱, 튀김 완톤 국수. 웨스트우드의 로리 타이넌은 포크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샌타 모니카에서는 파니니가 그릴에서 구워지고 있다.
식당이 블록마다 늘어선 LA에서 맛깔스런 음식은 새삼스런 게 아니다. 하지만 위의 고객들이 음식을 주문한 곳은 다름 아닌 주유소이다. 핫도그나 피자를 데워서 파는 것이 고작이던 주유소들이 이제는 갓 구워낸 크롸상을 아침식사로 내놓고 캅 샐러드를 점심식사로 준비한다. 주유소의 진화가 시작되었다.
미국에서 주유소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05년 무렵이었다. 1950년대쯤 주유소는 종업원들이 손님들 차에 개스를 채워주고 메카닉들이 카뷰레터를 고치고 자판기로 코카콜라나 캔디를 팔던 곳이었다. 이어 등장한 것은 손님들이 직접 개스를 채우는 주유소와 세차장 그리고 미니 마켓들이었다.
이제 동네 주유소들은 점점 식당같이 되어 가고 있다. 개솔린의 이윤이 별로 안되자 주인들이 돈벌이를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구상한 것이다. 인쇄된 메뉴판을 갖추고 배달과 케이터링까지 하는 주유소들도 생겼다.
“주유소업계가 지난 10~15년 사이 많은 변화를 겪었다”고 관련 업종 회보인 전국 석유뉴스의 키스 리드 편집장은 말한다. 지난 1996년 이후 캘리포니아에서는 주유소의 숫자가 27%가 줄었으며 수익 창출의 방안들을 모색 중이다.
그 결과 “음식도 함께 파는 주유소에서 개솔린도 함께 파는 식당으로 바뀌고 있다”고 전국 편의점협회의 제프 레너드 대변인은 말한다. 이 협회 회원들이 미전국 개솔린의 80%을 팔고 있다.
지금은 주유소에서 샐러드를 주문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지만 20년 후면 그게 당연한 일이 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주와 주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변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운전자들과 지역 주민들이 주유소에서 바비큐나 햄버거로 식사를 해왔다.
이제 캘리포니아 교외지역에서는 거기서 한발을 더 나가고 있다. 개스를 넣으면서 질 좋은 음식도 주문할 수 있다는 걸 손님들이 좋아한다는 사실을 주유소 주인들이 알게 된 것이다.
셰브론 직영 395개 주유소 중 11%의 업소는 지금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은 서브웨이나 맥도널드 같은 체인점. 그 외 직영이 아닌 프랜차이즈나 개인소유 주유소에서도 이런 추세를 받아들이고 있다. 단순히 체인 식당을 겸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 델리와 그릴 음식을 제공하는 업소도 많다.
“여러 면에서 이것은 자연적인 진화”라고 캘리포니아 식당협회의 대니얼 콘웨이 대변인은 말한다. 패스트푸드 식당업을 만들어 낸 것이 본래 자동차 문화였으니 말이다.
식당 겸업 추세 이면에는 재정적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개솔린이 고객들을 불러들이기는 하지만 개솔린 판매는 대단히 경쟁이 높고 이윤이 낮다. 개솔린 1갤론을 팔 때 주인에게 돌아가는 이윤은 보통 4센트 수준이다.
그래서 주유소 주인들은 오랫동안 자동차 정비로 이윤을 올렸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복잡다단한 자동차를 정비하려면 고가의 전산화한 기계들이 필요한데 그럴 만한 공간적 여유도 없고 그 또한 경쟁이 대단히 치열하다.
뭔가 다른 수입원을 찾던 주유소 주인들이 식당업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LA 서쪽, 샌타모니카 블러버드와 세펄비다 블러버드 교차로는 전국에서 가장 복잡한 사거리 중의 하나. 그 근처에 있는 모빌 주유소는 최근 델리를 추가했다. 주인 피처드 스펙먼에 의하면 요즘 개솔린으로 이윤이 남지 않을 뿐 아니라 지난 10년 사이 렌트비가 하늘같이 치솟았다.
델리가 자리 잡기 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손님들이 주유소에서 음식을 산다는 데 익숙하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델리가 사업의 핵심이 되고 있다.
잘 되는 날에는 주유소 안의 코너 그릴 & 델리에서 나가는 주문이 700건에 달한다. 아침에 가장 잘 나가는 메뉴는 아침용 부리토. 계란과 치즈, 육류를 넣은 부리토에 감자 요리를 곁들여 3달러79센트에 판다.
갤런당 3달러 수준인 개솔린에 비하면 델리 매출은 비교도 안된다. 하지만 이윤으로 보면 음식이 훨씬 낫다. 경비를 제한 후 주유소가 얻는 순수익의 25%는 델리에서 나온다.
남가주에서 셰브론 주유소 27개를 소유한 뷰핀더 맥이 30년 전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주유소에서는 개솔린 팔고 자동차 정비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후 자판기가 들어서고 편의점이 들어서고 패스트푸드 프렌차이즈가 들어섰다.
그의 주유소 중 세곳에는 패스트푸드 프렌차이즈가 있고, 다른 세곳에서는 직접 개발한 음식을 팔고 있다. 우드랜드 힐스, 워너센터에 있는 주유소의 경우 그는 3년전 정비 시설을 허물고 새로 건물을 지어 스타벅스, 세탁소, 그리고 아침식사와 샐러드, 파니니 샌드위치를 파는 테이크아웃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5년 사이 주유소와 편의점을 겸한 업소에서 주문 샌드위치를 통한 수입은 5~7% 증가했다고 요식업 연구기관인 테크노믹의 분석가 팀 파월은 밝힌다. 불경기로 식당업계 전반의 수익이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그것은 상당한 증가라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개솔린을 파는 것과 신선하게 준비된 음식을 파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어서 모두가 성공할 수는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청결과 음식 맛은 기본. 고객을 단 한번에 사로잡지 못하면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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