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장, 중국 덕분에 서구의 소비자들은 값싸게 상품들을 구매할 수 있다. 중국에서 싼 인력으로 대량 생산해내는 물건들이 미국이나 유럽 소비자들의 필요를 채워주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렇게 값싼 상품을 제공하는 나라의 국민들은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똑같은 물건이 중국에서 사면 값이 껑충 뛰어 중국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제품마다 할증 가격
싸게 만든 같은 물건 중국서 사면 가격 껑충
“샤핑은 미국 여행가서” 소비자들 불만 고조
베이징에 사는 루오 구앙리는 최근 애플 컴퓨터 매장에서 랩탑을 샀다. 미국에서 파는 제품과 똑같다. 둘 다 ‘중국에서 조립’이라는 표시가 되어있다. 설명서가 영어 대신 중국어로 되어있는 것 외에는 모두 같은 데 단 하나 다른 게 있다. 바로 가격이다.
루오가 지불한 가격은 2,760달러. 미국에서 애플 매장이나 온라인으로 구매했다면 가격은 20%, 즉 460달러 더 쌌을 것이었다.
“큰돈이지만 내가 어쩌겠느냐?”고 24살의 사진작가 루오는 말한다.
이런 할증요금은 외국 상표 컴퓨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코비 브라이언트가 선전하는 중국산 나이키 운동화는 미국에서 165달러이지만 중국의 공식 나이키 매장에서는 190달러에 판다.
중국에서 조립된 소니 평면화면 TV는 미국의 베스트바이 매장에서 800달러 선이지만 중국의 전자제품 매장에서 사려면 30% 더 내야 한다. 맥클래런 테크노 XT 유모차도 마찬가지다. 중국에서 제조되는 데도 불구하고 베이징 샤핑몰에서는 미국에서보다 보통 40%가 더 비싸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서 이렇게 비싸게 판다는 것은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서구 소비자들에게 값싼 상품을 제공하는 나라가 자국 국민들에게는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
이런 현상은 몇 년 전만해도 세계 지도자와 경제전문가들에게 대수롭지 않은 것이었겠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불안정한 세계 경제가 미국과 유럽 소비자들에게 너무 의존적인 상황에서 중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중국인들은 검약으로 유명하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교육, 의료, 은퇴 등의 사회 안전망이 부실해서 각자가 스스로 저축해서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가 번창하면서 소비자 지출이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중국 경제는 국내소비 보다 생산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미국 제조사들은 중국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너무 낮추고 있다고 불평해온 지 오래다. 그것이 중국 상품들의 가격을 낮춰 수출을 증대시켜 왔다. 반면 중국소비자들에게는 수입 상품 가격이 너무 비싼 결과를 만들었다.
수출 증대를 위한 세제 혜택 역시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애플 랩탑은 18%의 부가가치세 환불을 승인받은 공장에서 제조된다. 컴퓨터를 제조해 해외로 수출하는 조건으로 주어지는 혜택이다. 그래서 컴퓨터가 만들어지면 먼저 홍콩으로 보내진다. 그리고 나서 다시 중국으로 들여올 때면 20%의 수입관세가 부과된다.
중국의 소비자들은 인터넷과 해외여행 덕분에 해외에서의 가격을 다 알면서도 비싼 돈을 내야 하니 속이 상할 수밖에 없다.
“뉴욕의 아웃렛에서 가격을 보고나니 미친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국에서 우리가 내는 가격이 비싸니 말이에요”
미국에서 휴가를 보냈던 베이징 태생 조애나 통(22)의 말이다.
“정말 불공평해요. 이제 미국에서 파는 가격을 알고 나니 여기서는 더 이상 샤핑할 마음이 생기지 않아요”
그런데도 일부 외국 기업들은 의식적으로 중국 내 가격을 올리고 있다. 자사 상품을 사치품으로 마케팅하려는 전략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도시민 연 소득은 2,800달러 정도였다. 그런 나라에서 이런 전략은 맞지가 않아 보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야 여기서는 먹힌다. 비싼 가격이 상품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되고 아울러 제조사들의 주머니를 부풀여준다.
예를 들면 버드와이저 맥주. 미국에서 일반 소비자들이 마시는 맥주가 중국에서는 고급품으로 통한다. 현지에서 제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버드와이저는 소매상에서 중국산 맥주에 비해 개당 25센트가 비싸다. 미국 편의점에서 파는 하겐 다즈 아이스크림 역시 중국의 고급 카페에 가면 핀트에 12달러나 한다.
“중국에서는 값이 비싸면 품질이 좋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너무 싼 가격은 소비자들을 오히려 쫓아버린다는 사실을 브랜드들이 알고 있지요”
중국 마켓 연구소 소장인 수안 라인의 말이다.
가격을 높임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자신들이 중산층의 물건을 산다는 만족감을 주는 것이라고 심리 분석가들은 설명한다. 남을 위한 선물을 살 때는 특히 그렇다. 광고 에이전트인 리우 하오의 말이다.
“친구들이나 고객들을 위해 샤핑할 때는 절대로 중국산을 사지 않습니다. 체면의 문제이지요”
중국 소비자들을 위해 희망적인 뉴스가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위안화 환율을 보다 유연하게 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위안화가 강해지면서 중국 기업과 소비자들이 수입상품들을 더 많이 구매할 것을 무역 파트너들은 바라고 있다.
아울러 최근 줄을 잇고 있는 근로자들의 파업으로 임금인상이 촉구되면서 국내 구매력이 증진될 전망도 보인다. “소비가 약한 경제는 지속불가능하다”고 정부 당국도 밝히고 있다.
약삭빠른 중국 소비자들은 한편 비싼 가격을 피할 방도들을 찾고 있다. 짝퉁이 넘쳐나기는 하지만 특히 온라인을 통해 회색 마켓이 번창하고 있다. 명품 핸드백, 애플 부속품 등을 해외시장에서 싸게 사서 할인가격에 파는 것이다. 인기 온라인 사이트 타오바오를 통해 코치 백을 파는 왕 다는 말한다.”중국 사람들은 언제나 할인을 좋아하지요. 점점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하면서 해외에서 싸게 물건을 살 수 있다는 말을 친구들에게 전합니다”
왕은 캘리포니아, 뉴저지, 플로리다 등 미국 각지를 여행하는 30명 정도의 네트웍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핸드백이며 지갑 등을 사들여 오는 것이다. 그런데 거의 모두가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들이다. “아이러니라는 것을 나도 압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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