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법원은 16일 북한 정부가 이스라엘 텔아비브 로드 공항에서 1972년 5월 발생한 일본 ‘적군파’(JRA)의 무장공격 테러를 지원한 책임으로 미국인 피해자들 유족에게 3억7,800만 달러 손해배상금을 지불할 것을 판결했다.
미 연방 푸에르토리코 지방법원 프란시스코 베소사 판사는 이날 104 페이지에 달하는 최종 판결문에서 북한과 북한국가안전보위부가 당시 로드 공항 테러로 숨진 푸에르토리코 출신 카멜로 칼드론-몰리나의 9명 자녀들에게 각각 500만 달러와 미망인 엘라디아 칼드론 로사리아에게 800만 달러 보상적 손해배상금을 지불토록 명령했다.
베소사 판사는 또 당시 부상을 당한 파블로 티라도 아얄라에게는 1,500만 달러를, 부인 안토니아 라미레즈 피에로에게는 1,000만 달러 보상적 손해배상금을 각각 지불토록 했다.베소사 판사는 이 외에도 북한과 북한국가안전보위부가 이번 소송을 제기한 이들 12명 피해자들에게 총 3억 달러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지불토록 명령했다.이로 인해 소송에 승소한 고소인측은 미국이 동결한 북한 자산을 파악해 이번 법정 판결을 집행 할 수 있는 법률적 권한을 갖게 돼 추후 어떠한 조치가 취해질지 주목된다.
실제로 1968년 1월 북한에 나포된 미국 해군 푸에블로호의 선원 윌리암 메시, 데니 턱, 도날드 멕글레렌과 선장 로이드 부셔의 미망인 로스 부셔 등 4명은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2008년 12월30일 미 연방 콜럼비아행정지구(워싱턴 D.C.) 지방법원에서 총 6,500만 달러 손배금을 판결 받은 뒤 미국 재무부의 협조로 미국이 동결한 북한 자산을 파악해 올해 1월18일 ‘시티그
룹’(Citigroup)을 상대로 법원 명령에 따른 ‘채권압류영장’(Writ of Garnishment)을 집행한 바 있다.
소송 배경
미국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 출신 카멜로 칼드론 몰리나의 유족 10명과 파블로 티라도 아얄라 부부는 2006년 4월24일 미 연방 워싱턴 D.C. 지방법원에 북한과 북한국가안전보위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고소인측은 법원에 소송이 계류된 상태에서 미국의 테러지원국가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관련법이 개정됨에 따라 워싱턴 D.C. 지방법원 소송을 자진 철회하고 2008년 3월27일 새로운 법규에 맞춰 푸에르토리코 지방법원에 다시 북한과 북한국가안전보위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법원은 북한이 소송에 일체 대응하지 않자 지난해 10월31일 북한의 ‘소송 대응 권한 포기’(default) 사실을 인정, 고소인 승소를 판결했으며 손해배상액 판결을 위해 같은 해 12월 2∼3일 북한이 불참한 가운데 궐석재판을 열었다.
재판 결과
고소인측은 궐석 재판에서 로드 공항 사건 당시 테러를 행한 3명 적군파 중 유일한 생존자인 고조 오카모토를 몸싸움 끝에 제압해 뒤늦게 출동한 이스라엘 경찰에게 넘긴 전직 이스라엘 경찰출신 프랑스 여행사 직원 클로드 차난 자이토운과 역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공항 행정관리간부 지부 사리그, 아시아 테러 전문가 로한 구나라트나 싱가포르 ‘난양기술대학’ 교수, 중동 분쟁 전문가 배리 루빈 이스라엘 ‘국제관계센터세계연구소’(GLORIA) 소장, 미 국방정보국
(DIA) 정보원 출신 부르스 벡톨 미해병지휘참모대학 국제관계학 교수 등의 진술과 증언을, 그리고 국무부와 연방의회, 언론 보도 등 관련 문서들을 증거로 제출했다.
고소인측은 재판을 통해 1972년 5월30일 로드 공항에서 발생한 JRA 테러 사건과 관련, 카멜로 칼드론 몰리나와 파블로 티라도 아얄라는 당시 푸에르토리코에서 이스라엘을 방문했다가 피해를 당한 미국인 성지순례자 일행이었음을 입증했으며 몰리나와 아얄라는 로드 공항에 도착한 뒤 비행기에 실었던 자신들의 여행 가발을 회수하기 위해 대기하던 중 또 다른 비행기로 로드 공항에 도착한 JRA 요원 3명이 가방에서 자동소총과 수류탄을 꺼내 공항 이용객들에게 무차별 공격을 가한 사실, 그 과정에서 몰리나(당시 77세)는 총격을 받고 현장에서 사망했고 아얄라는 총상을 입은 사실을 밝혔다.
또 당시 테러를 가한 일본인 야수유키 야수다와 다케시 오쿠다이라는 준비해온 총탄이 떨어지자 자신들의 수류탄으로 자폭했고 역시 자폭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고조 오카모도는 현장에서 생포됐으며 이 사건으로 푸에르토리코 출신 미국인들을 포함한 26명이 사망하고 80명이 부상을 당한 사실도 확인했다.
고소인측은 또 ▲이스라엘 당국의 취조결과 오카모도가 자신과 자폭한 동료들이 JRA 요원이라는 것과 로드 공항 공격이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과 함께 한 행위라는 것을 자백했고 ▲오카모토가 1970년 3월31일 일본 하네다 공항을 출발, 후쿠오카로 향하던 일본항공 요도호를 북한으로 납치해 망명한 JRA 요원 9명중 1명이자 JRA 고위간부인 다케시 오카모도의 동생이라는 사실, ▲로드 공항에서 자폭한 다케시 오쿠다이라가 JRA 최고간부인 후사코 시게노부의 남편이라는 점, ▲후사코 시게노부가 1970년초 국제 제국주의에 대한 적군파의 투쟁 전선은 이스라엘 정부에 대응하는 팔레스타인이 되어야 한다고 선포한 사례 등을 입증해 북한과 JRA, PFLP, 로드 공항 테러 사건을 연결했다.
이외에도 북한이 요도호 납치범들에게 숙소와 아지트, 통신장비와 시설, 교통 등 편리를 제공하고 그들이 북한을 방문하는 테러범들과 혁명가들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해 요도호 납치 이후 JRA가 북한을 국제본부이자 주요 활동 거점으로 삼을 수 있도록 지원했으며 그 예로 북한이 1970년 9월 북한을 방문한 PFLP의 최고 간부 조지 하바시와 요도호 납치범들과의 만남을 주선해 이들 두 테러집단의 협력을 유도한 사례와 그 후 북한 교관들이 레바논의 베카 계곡에 위치한 PFLP 훈련기지에서 PFLP 요원들과 JRA 요원들에게 테러 및 게릴라 전투 훈련을 시킨 사례 등을 내세워 로드 공항 테러 사건의 피해에 대한 책임과 배상이 사건 배후인 북한에게 있음을 밝혔다.
법원 최종판결
법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 올해 3월5일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었으나 2일간 진행된 궐석재판 속기록 완성이 지체됨에 따라 이를 7월1일로, 그 후 변호인단의 일정에 맞춰 7월16일로 재조정해 최종 판결을 내린 것이다.베소사 판사는 최종 판결문에서 궐석재판 당시 고소인들의 신체적, 정신적 피해 사실 증언과
이를 뒷받침한 의사의 증언, 그리고 과거 테러 피해 손해배상 소송 판례 등을 복합 참작, 7,800만 달러 보상적 손해배상금을 판결한 뒤 추가로 “북한이 민간인들에 대한 살해를 조장, 지원, 지시하는 정책은 징벌적 손해배상금 판결을 충분히 정당화시켜 준다”며 “(이 같은 행위에) 통상적인 징벌 금액인 3억 달러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은 이미 최종 판결이 내려진 푸에블로호 사건과 이번 로드 공항 사건 이외에도 중국에서 탈북자를 돕다가 지난 2000년 1월 북한에 끌려간 김동식(61) 목사의 가족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과 2006년 7월, 8월 팔레스타인 ‘테러단체’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북부지역 로켓 공격 사건으로 피해를 주장하는 이스라엘계 미국인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피고소인으로 돼
있으며 2008년 3월8일 미 연방 워싱턴 D.C. 지방법원에 각각 제기된 이들 소송 중 이스라엘계 미국인들의 소송은 지난 달 법원으로부터 북한의 ‘소송 대응 권한 포기’(default) 인정 판결을 얻어내 피해금액을 판결하는 ‘궐석 재판’을 앞두고 있다.<신용일 기자> yishin@koreatimes.com
일본 적군파 요원 9명은 1970년 3월31일 도쿄 하네다 공항발 후쿠오카행 일본 항공기 ‘요도호’를 공중 납치해 승객과 승무원 129명을 인질로 삼아 북한행을 요구한 일본 최초의 비행기 납치 사건을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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