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8월도 중반을 넘어섰는데 7월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미국에서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들한테는 7월은 좀 특별한 달입니다. 한국에선 3월이 특별한 달이구요. 왜 미국의 7월과 한국의 3월은 특별할까요? 한국에서 실습을 나갔을 때였습니다. 환자를 상대로 채혈을 하고 혈압을 재는데 실수도 하고
또 손에 익지 않아서 시간이 걸리니까 성격 급한 환자분들은 “의사 불러” 라고 소리를 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담당 간호사는 “3월인데 정말로 인턴선생님을 부를까요?” 라고 했고 환자는 “3월이 뭔데?” 라고 반문을 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저도 ‘3월이 뭐길래?’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3월과 환자 채혈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한국은 2월이 되면 졸업을 하고 3월이 되면 의대를 갓 졸업한 의사들이 병원에 들어옵니다. 머릿속에는 풍부한 지식과 환자에 대한 끓어오르는 정열은 있는데 그 지식과 정열이 환자치료에 직접적으로 적용이 되기엔 현장경험이 좀 약한 상태입니다. 3월의 인턴한테 피를 뽑아 달라고 요청을 하는 건 오랜 경험이 있는 간호사가 보기엔 고통을 자초하는 행동인 것입니다. 하지만 환자분들은 의사는 모든지 다 잘한다고 생각을 해서 그저 의사를 불러 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우스개 소리로 실습 돌던 친구들과 ‘3월엔 절대 병원에 입원을 하면 안 되겠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3월이지만, 미국은 7월에 병원에 가는 것이 위험한 일이 될 수가 있습니다. 6월에 졸업식을 마치고 7월 1일 새로운 인턴들이 병원에 옵니다. 한국은 간호사들 역시 신졸을 3월에 대부분 뽑지만, 미국은 최소한 간호사들은 수시 채용이라서 3월에 신졸 간호사와 신입 인턴이 들어오는 한국에 비해선 위험 부담이 조금 덜 한 편입니다.7월 1일이 되면 올해는 어떤 인턴이 들어오나 은근히 기대를 합니다. 새로운 인턴은 참 친절합니다. 만나는 사람마다(환자도 간호사도 심지어는 조무사까지) 악수를 하면서 자기소개를 하고 호출을 하면 즉각 연락이 옵니다. 환자들하고 많은 시간을 나눕니다.
눈을 맞추며 검진을 하고 간호사에게 항상 고맙다는 말을 합니다. 대신에 환자상태에 대한 반응은 좀 늦습니다. 간호사가 정맥을 통해서 피를 뽑기 힘든 경우 의사가 동맥을 통해서 피를 뽑게 되는데, 시간도 걸리고 침대 주변이 피로 얼룩지기도 합니다. 전날에 미리 다음날 있을 검사 등을 오더 해야 신속하게 환자에 대한 검진이 이루어지는데 가끔은 검사 5분전에 전화를 해서 간호사도 환자도 힘들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갑자기 ‘3월의 한국’이 생각 나서 ‘7월의 미국’도 ‘3월의 한국’과 같을까 생각을 하던 차, 미국 뉴스에서 ‘마의 7월’에 대한 얘기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여러 가지 조사를 통해서 7
월과 8월에 병원에 사망률이나 심폐소생술 횟수가 다른 달, 특히 4월, 5월에 비해 현저히 높았고 의료사고비율 역시 7, 8월이 월등히 높다고 하면서 이것이 과연 새로운 인턴이 7월에 들어오는 것과 관계가 있는 건지 조사 중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저의 말을 듣고 아픈데도 7월에 병원을 안가시거나 7월에 병원에서 안 좋았던 일을 다 의료사고로 돌리지는 마세요. 뉴스나 여러 가지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7월에는 인턴들이 진정 마음으로 환자를 대하는 것이 느껴지는 달이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는 저도 역시 한국의 3월 미국의 7월을 몇 번씩 거쳐서 환자가 인정하는 실력이 있는 간호사가 되었으니까요. 쓰다 보니 자화자찬이 되고 말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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