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벤은 천부적인 세일즈맨이다. TV쇼와 책, DVD를 통해 그는 수백만의 중국인들에게 콩과 가지를 날로 먹으면 당뇨와 우울증, 암을 치료할 수 있다고 선전했다. 450달러를 내면 중환자는 10분간 면담하고 처방약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장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2012년까지 예약이 끝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선전한 콩 값이 뛰기 시작하자 언론에서는 그의 진상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는 자기주장대로 조상 대대로 한의사 집안이 아닌 것이 밝혀졌다. 베이징 의대에서 학위를 받은 적도 없고 교육이라고는 공장에서 쫓겨난 후 방송 통신 강좌를 몇 개 들은 것이 전부였다.
학력 위조·연구 표절 만연… 적발돼도 오히려 동료 감싸
장의 가짜 학력이 드러나면서 중국 사회에 만연돼 있는 부정직한 풍토에 대한 자책이 일고 있다. 학생들은 대학 입학시험에 커닝을 일삼고 학자들은 논문을 표절하거나 낙농업자들은 독이 든 우유를 아이들에게 팔고 있다.
중국 북동부에서 비행기 사고로 42명이 죽자 당국이 벌인 조사에서 이 비행기회사 소속 파일럿 가운데 100명이 비행 기록을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중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전 책임자이자 백만장자로 중국의 영웅이었던 탕진이 칼텍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주장이 허위로 밝혀졌다.
대형사기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스포츠 스타들의 약물 복용이나 월가의 사기 행각은 미국에서도 흔한 일이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교육과 연구 분야에서의 사기는 너무 광범위해 중국이 한 단계 높은 곳으로 진입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다.
중국은 교육과 경쟁력 있는 산업 분야에 투자를 집중해 네트웍 컴퓨터, 클린 에너지, 군사 기술 등 많은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연구자들의 부정직성이 중국이 다른 나라와 기술 협력을 하는데 장애 요소가 되고 있다.
베이징 렌민 대학의 국제 관계 교수인 장밍은 “지금 같은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는 국제 하계에서 배척당할 것”이라며 “진리를 추구해야 하며 관리들의 비위를 맞추거나 이익을 남기는데 치중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유명 학술지에 논문을 실어야 한다는 압력 때문에 표절이나 엉터리 연구 논문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2월 영국의 수정 전문 과학 저널은 수준 이하거나 독창성이 떨어지는 중국인 논문 70편을 퇴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의 의료 전문 저널 랜싯은 올 초 표절 논문이 후진타오 주석이 밝힌 2020년까지 중국을 연구 대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저널 사설은 “이번 사건이 중국 정부로 하여금 연구 윤리와 연구 자체를 강화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달 항주에 있는 제장대학이 표절을 발견하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20개월간 시험한 결과를 발표하자 중국은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크로스첵이라 불리는 이 소프트웨어는 발표된 논문의 거의 1/3이 표절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일부 논문은 내용의 80%가 이미 발표된 것에서 따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저널 에디터인 장유홍은 문제가 된 모든 논문이 중국에서 나온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녀는 “일부는 한국과 인도, 이란에서 왔다”고 말했다. 의료, 물리, 엔지니어, 컴퓨터 등을 전문으로 하는 이 저널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중국에서 처음으로 표절을 적발해냈다.
이번 결과는 중국 정부가 중국 최고 6개 기관에서 일하는 6,000명의 과학자들을 상대로 한 조사를 감안하면 놀랄 일이 아니다. 정부 조사 결과 이들 중 1/3이 표절이나 아예 데이터를 조작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과학 기술협회가 작년 여름 3만2,000명의 과학자를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55%가 학문적으로 사기를 친 사람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학계의 정직성을 지키기 위해 비리를 파헤쳐 온 팡시민은 학문적 자격은 없으면서 정치적으로 임명된 관리들이 감독 책임을 맡은 정부 주도 대학 체제가 문제라고 밝혔다. 그랜트와 주거, 승진을 둘러싼 경쟁이 너무 치열하기 때문에 논문을 얼마나 써냈는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명사나 대학 총장을 포함 900건의 표절 사례를 밝혀낸 팡은 “아무도 읽지 않기 때문에 표절 논문을 발표하려는 강한 유혹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표절이 밝혀져도 동료들은 표절한 인물을 감싸고도는 경향이 있다. 기관의 명예보다 인간관계를 더 중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누구도 다른 사람을 비판할 정도로 깨끗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결과 표절한 사람은 별 처벌을 받지 않으며 이는 표절을 부추기게 된다.
고급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발명했다고 찬사를 받은 첸진은 나중에 모토롤라 칩의 이름만 지우고 자기가 발명한 것처럼 속인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첸에게 상금과 찬사를 보낸 후 이런 일이 드러나 정부까지 망신을 당했다. 첸은 대학에서 일자리는 잃었지만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았다. 죄인이 고급차를 몰고 다니는 것을 보면 사람들은 잘못된 메시지를 받게 마련이다.
과학만이 문제가 아니다. 교육자들은 커닝을 하는 문화가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된다고 말한다. 일류 대학에 가야한다는 심한 프레셔에다 이를 위해서는 좋은 시험성적을 받아야 한다는 압력 때문에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이 써준 에세이와 시험문제도 살 수 있다. 이틀간에 걸친 대학입시를 대신 쳐주는 사람도 있다.
소형 카메라가 장착된 손목시계나 펜을 사용, 밖에 있는 사람과 교신하며 정답을 받기도 한다. 이런 장치는 불법이지만 학생들은 작년 이런 장치나 인터넷 에세이를 사는데 1억5,000만달러를 지출했다. 이는 2007년에 비해 5배나 늘어난 것이다. 고등학생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뉴저지에 본부를 둔 센테너리 칼리지는 학생들의 부정행위가 만연해 있음을 발견하고 상하이와 베이징, 타이페이의 분교를 폐교했다.
<뉴욕 타임스-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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