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일 연휴에 여행사를 이용해 2박3일 미서부 지역 관광을 했다. 솔뱅을 거쳐 샌프란시스코, 요세미티를 돌아보는 코스였다.
마지막 날 관광버스가 프레스노를 떠나 99번 프리웨이 남쪽방향으로 달릴 때였다. 관광가이드가 인근 리들리의 김형순, 김호씨 농장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민 선조인 그들이 그곳 복숭아 농장에서 큰돈을 벌고 독립자금으로 보냈다는 이야기였다.
그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번쩍 손을 들었다. “그렇다면 그곳을 그냥 지나지 말고 잠깐 들렀다 가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잠시 골똘히 생각하던 가이드는 운전기사와 여행객들에게 동의를 구했다. “여러분, 잠시 리들리에 들렀다 가도 되겠습니까?” “네, 좋습니다.”
결국 버스는 정규 코스를 벗어나 리들리로 향했다. 드디어 버스가 멈추고,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모두 역사의 현장으로 달려갔다. 참으로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태극기 문양이 선명히 새겨진 독립문이 우뚝 서 있고 그 앞으로 애국지사 열 분의 공적비가 두 줄로 나란히 서 있었다. 이승만, 안창호, 김종림, 김호 … 이름과 사진 그리고 비문이 한글과 영문으로 앞뒤로 잘 새겨져 있었다.
길 건너 앞쪽으로는 김호 지사가 거처하던 집과 킴스 브라더스 상회가 옛날 그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저마다 비문을 읽고 사진도 찍고 주변을 살펴보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 순간만큼은 모두 가슴 뭉클한 애국심을 느꼈다.
첫날 들렀던 덴마크 사람들의 솔뱅이 자꾸 생각났다. 리들리를 한국의 솔뱅으
로 만들 수는 없을까. 모든 관광버스가 이곳을 정규 코스에 포함시키면 관광객도 늘고 기념품 가게도 식당도 생길 텐데. 그리고 애국심도 더 많이 생길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버스로 돌아온 우리 일행은 애국심을 화제로 얘기꽃을 피웠다. “애국심이 별겁니까. 이런 현장을 보면서 배우고 느끼는 거지요” 뒷좌석 어느 목소리 큰 분의 쩌렁쩌렁한 소리가 아직도 귓전을 울린다.
박정호/ 베트남참전 전우회 미서부 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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