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뉴욕 타임스에 아주 흥미로운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그 내용은 서양음악 작곡가들을 위대한(greatness) 순서대로 10명을 골라 등수를 매기는 작업이었다. 1,500명 이상 참여하였다는 이런 이색적인 시도가 과연 타당한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불후의 작품을 남겨 인류문화에 공헌한 음악가들을 부각시키는 일이 꽤 의미있는 일이라고 수긍 하였다.
결과를 보면 근대 서양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바하가 일등이고 그 뒤를 이어 베토벤, 모차르트, 슈베르트 등으로 순위가 매겨져 있다. 평가 기준은 사람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대체로 작품형식(genre)의 다양성과 예술성을 기본으로 하여 전체 작품의 분량과 독창성 그리고, 다른 작곡가들에게 끼친 영향력 등이 고려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역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음악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마음을 깊이 감동 시키는가 하는데 있을 것이다. 바로 그것이 예술의 궁극적 사명이 아닌가.
이런 기준에 비추어볼 때 최근 LA필하모닉의 말러 프로젝트를 계기로 주목을 받게 된 그의 음악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된다. 즉, 구스타프 말러라는 작곡가는 어떤 평가를 받는 것이 합당할까 하는 문제이다.
우선 그의 작품 중 분실 되었거나 전혀 연주가 되지 않는 것들을 제외하면 그 분량이 별로 많지 않다. 40개 남짓한 노래와 한개 악장으로 된 연주시간 11분짜리 피아노 사중주곡 그리고 미완성된 곡을 포함하여 10개의 교향곡이 전부이다.
바하나 하이든 그리고, 모짜르트의 작품들은 각각 CD150~170장에 해당하는 방대한 양이고 베토벤의 작품도 90장 분량인 것을 감안하면 말러는 작품의 분량에서 우선 비교가 되지 않는다. 또한 앞서 말한 작곡가들은 그 작품형식(genre)에서도 모두 20가지 이상의 다양한 양식의 작품을 남겼으나 말러는 세 가지일 뿐이다.
한편, 말러는 거의 모든 작곡가가 남긴 독주 악기용 작품을 전혀 쓰지 않았다. 이는 작곡가로서 주제를 떠올려 표현하는 가장 기본적인 작곡 활동이 결여 된 것을 말하며 그의 교향곡이 주제가 산만하고 통일성이 없는 양상을 보이는 이유라고 생각된다.
그의 교향곡은 작곡 기법이나 형식으로 볼 때 교향시에 가까우며 음율을 통하여 자신의 정신세계를 전달하려는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과 달리 그는 악기가 내는 소리 자체에 더 집착한 경향이 역력하다. 대부분 걸작들이 깊은 영감에서 우러나오는 주제가 전후 상하의 짜임새와 대위법적 당위성으로 연결되어 전체적인 통일성을 이루는 것과 달리 말러의 곡들은 너무 다른 색깔의 멜로디를 단순 조합해 놓은 형태에 가깝다. 따라서 그의 음악은 기존의 방식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이런 양상에도 불구하고 근자에 말러의 음악이 떠오르는 이유는 분명하다. 전통적이고 잘 정돈된 질서 잡힌 음악(바로크, 고전파, 낭만파)에 익숙해지지 않았거나 그런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한 청중이 형식미에서 벗어난 그의 자유분방한 음악에 친근감을 느끼며 매료되는 것이다.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 음악에서도 옳고 그름을 따질 수는 없다. 전통적인 음악을 좋아하지 않고 말러에 심취한다고 잘못된 일도 아니다. 고전보다 통속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세상이니 음악계에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 수 있지 않겠는가. 서두에 언급한 위대한 작곡가 10인중에 말러가 들지 못한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그는 그런 칭호를 받을만한 일을 한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론으로 맺고 싶은 말은 센세이셔널리즘에 편승하여 음악에 접근하는 것은 진실한 가치를 발견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스스로 편협한 기호를 자초하여 음악의 넓고 깊은 세계를 발견하는데 장애가 될 뿐이라는 것이다.
조정훈/ 목사·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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