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가 걸려 있다
중절모 바스크모 빵떡모 베레모
할아버지 증조 할아버지
할머니 증조 할머니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어머니 외삼촌
모자가 걸려 있다
사만 명의 유보트 대원 중 삼만 명이
돌아오지 못했다
삼만 개의 하얀 모자도 걸려 있다
나의 중학교 교모도 걸려 있다
죽은 사람의 모자를 거는
모자나무
죽은 사람의 눈에만 보이는
모자나무
살아있다고 다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박찬일(1959 - ) ‘모자나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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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왑밋에서 장사를 할 때 내 별칭은 ‘모자 김’이었다. 내가 파는 품목이 모자여서도 그랬지만 모자를 즐겨 쓰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는 내게 특별한 상념을 안겨준다. 내가 판 그 많은 모자, 내가 잃어버린 모자, 버린 모자, 죽은 사람이 쓰던 모자는 다 어디로 갔을까. 우리들의 눈에는 안 보이지만 모두 모자나무에 걸려있다고 한다. 살아있다고 다 살아있는 것은 아니듯이, 사라진 것들도 다 사라지지 않고 어디엔가 걸려있다면 좋겠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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