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월마트와 같은 대형 수퍼마켓에서 식료품 구입권(Food Stamp)을 이용해 음식을 구매하는 사람들과 마주친다. 그런데 이 식료품 구입권은 복지 관련 부서가 아닌 농림부에서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다. 식량 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한 농림부가 나서서 빈곤선 이하의 소득을 가진 영세민들에게 그 차익만큼의 식료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구입권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자국 내에서 식량 안보를 다루는 입장과 방식은 다른 나라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친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농산물 수출국이자 수입국으로, 세계 식량 안보를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이 주로 수출하는 옥수수나 밀과 같은 주요 곡물의 수출액에 약간의 변동이 생겨도 이를 수입하는 많은 나라들은 곤욕을 치른다.
미국의 넓은 농토를 보면 미국 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정도가 굉장할 것 같지만 사실 매우 미미하다. 농업은 미국 국내 총생산(GDP)의 1퍼센트 정도 밖에 되지 않으며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도 미국 경제인구의 2 퍼센트 정도이다. 하지만 농산물 수출은 미국 전체 수출의 8퍼센트를 넘는다. 연간 1,374억 달러 규모의 농산물 수출은 대부분 캐나다, 중국, 멕시코, 일본, 유럽 등으로 향하지만 한국도 미국의 여섯번째로 큰 농산물 시장이다.
미국이 ‘농업국’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배후에는 강력한 농업정책이 있지만, 여기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성공적으로 실시되었다고 평가받는 식료품 구입권도 경기악화로 신청자가 계속 늘어 미국 정부가 골치를 앓고 있다. 이 혜택을 보는 사람들은 해마다 늘어, 현재 한국의 인구 수준인 4천4백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또다른 문제는 판매지원융자 등 여러 유용한 혜택이 잘나가는 농장들에게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소득수준 기준으로 상위 농장과 하위 농장의 정책 혜택 정도가 불균등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도 연 판매액이 1만달러 이하 되는 농장들이 절반 이상이다. 이 정도의 소득으로 생활할 수 없는 이 농장들은 주요 수입원을 농업이 아닌 다른 곳에 의존해야 한다. 그들은 미국 전체 농지의 10퍼센트 정도 밖에 안 되는 농지로 한달에 팔십만원 정도의 소득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농업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미국에도 빈농들이 많다는 건 참 뜻밖이다. 이러한 불균등은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문제인데, 빈익빈 부익부의 논리는 어느 나라에서나 해결하기 어려운, 그러나 해결해야 하는 난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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