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행 중인데 강도를 만났어요. 지갑을 빼앗겨서 완전히 빈털터리가 되었어요. 호텔 비를 내고 돌아가는 비행기 표를 사려면 1,600달러가 필요해요. 집에 돌아가자마자 갚을 테니 돈을 좀 보내주시겠어요?”
최근 1~2년 사이 이런 메일 한번 안 받아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평소 별
소식 없던 지인이 이메일을 보내와서 열어보면 이런 난처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처음 이런 메일을 받으면 대개는 놀란다. “얼마나 다급하면 나한테까지 부탁을 했을까?” 안타까워하면서 돈을 보내야 할지를 잠시 고민한다. 하지만 다음 순간 찬찬히 생각해보면 뭔가 이상하다. 그리고 지금은 대부분 “또!” 하면서 웃어넘긴다. 이메일 피싱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메일 피싱은 특정인의 웹 메일을 해킹해 주소록의 모든 주소로“해외여행 중에 돈을 도난당해서 …” 같은 메시지를 보내고 돈을 가로채는 금융사기. 이메일 피싱이 그치지를 않는 걸 보면 실제로 돈을 보내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 된다. 아주 동정심이 많은 사람이거나 상황이 아주 그럴 듯하게 맞아떨어지는 경우들이다.
예를 들어 소망 소사이어티의 유분자 이사장은 몇 달 전 새벽 네시에 전화가 울려 잠을 깼다. 독일에 사는 후배였다. 돈을 준비해 지금 찾아 가려다가 혹시나 해서 전화를 해본 것이라고 했다.“독일 여행 중 강도를 당했다, 돈이 필요하다~”는 메일을 받은 후배는 마침 자신이 독일에 살고 있던 터라 선배의 메일에 의심을 하지 않았다. 다행히 미국으로 전화해볼 생각을 한 덕분에 사기에 걸려들지 않을 수 있었다.
베벌리힐스 도서관에서 사서로 30여년 일하고 은퇴한 송정원씨는 최근 어느 날 아침 남편과 자녀들로부터 놀림을 받았다. “당신(엄마) 이메일이 해킹 당했다”는 것이었다. 예의 그 “여행지, 강도, 송금 부탁”의 메일이 가족들에게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컴퓨터 데이터 전문가인 그는 해커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남편에게 온 메일로 추적을 해보니 범인은 니코시아에 있는 여성 등 두명인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어 그는 니코시아 경찰청을 찾아 경찰서장과 사이버범죄 담당 형사에게 이메일을 보내 수사를 요청하고, FBI 담당 부서에도 보고를 했다.
그가 보기에 해킹 작업은 상당히 수준급이었다. 해커들은 그의 이메일 어카운트를 훔친 후 사우디아라비아 MSN으로 바꾸었다. 그리고는 주소록을 훔치고 이메일에서 주소들을 다 지워버렸다. 그래서 나중에 어카운트를 회복한 후에도 그는 해킹 사실을 지인들에게 알릴 수가 없었다. 게다가 해커들은 그의 이메일을 모두 아랍어로 바꿔버려 해득이 불가했다. 낯선 아랍어를 구글 사전을 동원해 번역하느라 땀을 뻘뻘 흘리며 그는 분을 삭여야 했다.
이런 경험을 하며 그가 내린 결론은 누구나 해킹 피해자가 될 수 있으니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하는 조언은 첫째, 이메일 주소를 반드시 2개 이상 가지고 있으라는 것. 사적인 이메일, 비즈니스용 이메일은 기본이다. 둘째, 일단 해킹을 당하면 자신에게 돈을 보낼지도 모를 사람에게 가능한 한 빨리 연락을 취하라는 것이다.
무조건 믿을 수도 무조건 도울 수도 없는 세상이다. ‘여행지에서 강도를 …’ 같은 이메일을 받고 도움을 주고 싶다면, 한가지만은 확실히 하자. 당사자에게 먼저 전화를 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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